세계일보

검색
특정 기념주기를 주빌리(jubilee)라고 한다. 일정한 기간마다 죄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 전통에서 유래됐다. 구약성경 레위기에 기독교 주빌리인 희년(禧年)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너희는 오십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가며 각각 자기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라.” 1996년부터 4년간 전 세계 2000만명이 참여한 최빈국 외채 탕감 운동이 ‘주빌리 2000’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다.

어떤 특별한 일을 기념할 때 25주년은 실버 주빌리, 50주년은 골든 주빌리, 60주년은 다이아몬드 주빌리, 70주년은 플래티넘 주빌리라고 한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90)가 6일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즉위 65주년인 사파이어 주빌리를 맞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사파이어 주빌리를 맞은 국왕으로는 지난해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에 이어 두 번째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 서거한 부친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25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뒤 지금은 현존하는 세계 최장 재위 군주가 됐다.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16개국의 국가원수다. 하지만 그의 사파이어 주빌리는 1947년 결혼 당시 부친에게서 선물받은 사파이어 목걸이·귀걸이를 착용한 사진을 공개하고 런던 버킹엄궁 인근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 축포를 울린 것 외엔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이날이 부친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이 찰스 왕세자의 이혼·재혼 등 온갖 추문에 휩싸여 국민의 존경심을 잃는 위기를 겪었지만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의 전통을 수호하는 상징적 인물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도 왕실 면세특권 포기 등을 통해 시대 흐름을 세련되게 수용한 국왕으로 평가받는다. 지금도 국가의 위엄을 나타내는 군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세상 사람들은 엘리자베스 2세가 없는 영국을 상상하지 못한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탄핵소추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정한 지도자상을 되새기게 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