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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진 五味(다섯가지 진미) 압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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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9 10:00:00 수정 : 2017-02-08 21: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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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울진이 답이다
제철맞은 대게·홍게, 고소함의 ‘끝판왕’ 줄가자미
쫄깃한 문어와 뜨끈한 곰치탕까지 입이 호강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깊이 있는 풍광 불영사로 향해볼까
울진 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위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디어 때가 왔다. 한겨울에 제 맛을 볼 수 있는 먹거리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겨울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먹거리 덕분이다. 맛있는 겨울만으로 부족하다면 멋있는 겨울도 있다. 얼어붙은 겨울 계곡 위를 거닐며 주위 기암절벽의 위용을 느끼고, 고즈넉한 사찰을 한바퀴를 돌아보는 것은 겨울 여행의 색다른 멋을 안겨준다. 겨울의 맛과 멋을 품은 곳이 경북 울진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이곳은 최근 길이 잘 정비돼 3∼4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 7번 국도를 따라 동해바다를 옆에 두고 갈 수 있고, 36번 국도를 따라 계곡길을 따라 갈 수도 있다. 각기 한 방향씩 선택해서 오고 가도 된다. 더 이상 오지가 아니라 겨울의 오미(五味)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울진이다.
경북 울진 불영사는 연못을 기준으로 왼편 산자락에 있는 돌이 연못에 비친 모습이 부처 형상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었다.

◆겨울 계곡의 멋스러운 풍광

여성 승려인 비구니 도량 불영사(佛影寺)는 울진읍에서 서쪽으로 약 20㎞가량 떨어진 천축산 서쪽 기슭에 있다. 신라 때 의상대사가 세운 절로 이름 그대로 부처의 그림자를 모신 절이다. 불영사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다리가 나온다. 양쪽으로 계곡이 이어지는데 잠시 숨을 고르며 계곡 풍광을 즐기기 좋다. 다리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연못을 가운데에 두고 전각들이 한적하게 자리 잡은 불영사가 나타난다. 다른 절과 다른 점은 연못이다.

불영사라는 이름도 이 연못과 관련돼 있다. 연못을 기준으로 왼편 산자락에 있는 돌이 연못에 비친 모습이 부처 형상을 닮았다고 해 불영사란 이름이 붙었다. 불영사는 불귀사, 구룡사 등의 이름도 있다. 부처 형상이 비치는 연못에 아홉 마리 용이 살았는데, 의상대사가 이를 몰아낸 뒤 절을 지어 구룡사로 불렸고, 절을 세운 의상대사가 중국에서 수행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부처가 돌아온 절이라 해 불귀사로도 불렸다. 사찰에서 눈길이 가는 곳은 대웅전 아래에 있는 거북이상이다. 
대웅전 정면 계단 양쪽으로 한 쌍의 돌거북이가 고개를 쑥 내밀고 있다.
대웅전 정면 계단 양쪽으로 한 쌍의 돌거북이가 고개를 쑥 내밀고 있다. 화재를 피하기 위한 마음에서 물에 사는 거북이에게 대웅전을 짊어지게 했는데, 불영사는 수차례 절이 불타 중건을 거듭했다. 효험이 신통치 않은 것 같기도 한데, 1000여년의 세월을 이어져 온 것을 보면 효험이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대웅전 안에 들어서서 대들보를 보면 작은 거북이 몸통을 볼 수 있다. 외부의 돌 거북이가 목까지밖에 없는데 나머지 몸통을 대들보에 조각해 놓았다.
대웅전 안 대들보엔 작은 거북이 몸통이 있다. 외부의 돌 거북이가 목까지밖에 없는데 나머지 몸통을 대들보에 조각해 놓았다.
불영사를 둘러본 뒤 울진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구불구불 이어진 불영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다. 날이 추워 계곡을 직접 들어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는 길에 있는 전망대 인근에 차를 세워놓고 계곡 풍경을 봐야 한다. 겨울철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없다. 혹자는 기암절벽 등이 이루는 풍광을 두고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다른 계곡과 다른 깊이와 풍광을 품고 있는 곳이다.
불영사를 둘러본 뒤 울진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구불구불 이어진 불영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다. 곳곳의 전망대 인근에 차를 세워놓고 계곡 풍경을 봐야 한다. 겨울철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없다. 기암절벽 등이 이루는 풍광을 두고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부르기도 한다.

◆겨울이 즐겁다… 울진 ‘오미(五味)’

울진은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겨울철 그 먼 거리를 달려오게 하는 힘이 있으니 바로 먹거리다. 이맘때 울진은 살 오른 대게를 맛볼 수 있는 때다. 다른 지역의 이름에 더 익숙한 대게지만, 대게 생산량으로는 전국에서 최대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집게발을 뺀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울진 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위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배가 위로 향하게 뒤집는 엄청난 속도의 손놀림을 보다 보면 어느새 대게는 줄 맞춰 정렬돼 있다. 그냥 정렬해 놓은 것이 아니라 다리가 두 개 이상 잘린 비품은 한쪽 구석으로 빼놓고, 크기별로도 분류돼 있다. 이어 경매사와 중매인들이 몰려들어 구경꾼은 봐도 알 수 없는 의미의 숫자를 나무판에 적어내 입찰에 나선다. 몇 번 오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순식간에 낙찰자가 정해지고, 바닥에 깔렸던 대게는 손수레에 실려 자취를 감춘다. 그 빈자리는 다른 대게들이 채운다.
울진 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위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 경매는 눈요기고, 울진 여행의 진짜 목적은 ‘먹거리’다. 대게 먹는 방법에 답은 없다.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래도 대게를 알차게 먹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다리를 먹을 때 관절을 부러뜨려선 안 된다. 대게 다리 중간 부분을 부러뜨려야 힘줄에 붙은 탱탱한 게살이 딸려나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입에 그대로 넣으면 끝이다. 몸통 내장에 비벼 먹는 볶음밥과 대게를 넣고 끓인 라면도 기다린다. 
울진의 대게와 붉은 대게.
배 터지게 먹기만 하면 된다. 대게는 배 부분이 하얀 대게와 온몸이 붉은 ‘홍게’로 불리는 붉은 대게로 나뉜다.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다. 붉은 대게가 대게에 비해서 싸지만, 더 입에 맞을 수 있다. 울진에서는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3월 2∼5일 나흘간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왕돌회수산 등 인근 식당에서 저렴하게 대게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에는 뼈째 먹을 수 있어 고소함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줄가자미. 줄가자미는 아가미부터 꼬리까지 몸통 가운데 부분에 확연히 줄이 그어져 있고 등 전체에 작은 돌기가 줄지어 퍼져 있다.
대게가 전부가 아니다. 겨울철에만 고소한 맛을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줄가자미도 기다린다. 줄가자미는 아가미부터 꼬리까지 몸통 가운데 부분에 확연히 줄이 그어져 있고 등 전체에 작은 돌기가 줄지어 퍼져 있다. ‘이시가리’로도 불린다.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에는 뼈째 먹을 수 있다. 고소함의 ‘끝판왕’이다. 쉽게 잡히지 않아 식당에 미리 연락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겨울 문어도 기다린다. 다른 계절에 비해 쫄깃쫄깃함이 더 하다. 밤새 대게와 함께 술을 마셨다면 아침엔 김치를 넣어 끓인 곰치탕을 먹어야 한다. 해장에 그만이다.

울진=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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