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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의경제수첩] ‘자칭 보수’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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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0 20:26:02 수정 : 2017-04-11 1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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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보도 민생도 불안
가계빚에 눌리고 경기는 꽁꽁
경제성과 미미… 무능·뻔뻔함도
신념·도덕 갖추고 할 일 찾기를
그들은 입만 열면 ‘안보’와 ‘민생’을 외쳤다. 안보는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민생은 국민이 먹고사는 일이다. 둘 모두 나라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도, 민생도 불안하다.

안보는 안팎으로 구멍이 났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안보 무능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구제역 파동으로 옮겨가며 DNA를 유지하고 있다. 나라 밖에선 미·중 G2를 위시한 열강들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기 시작했는데 이에 맞설 힘은 탈진해버린 형국이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이방인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트럼프의 미국,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류를 금지하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나선 시진핑의 중국, 그 틈바구니에서 줏대 없이 이리 차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다. 


류순열 선임기자
민생은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가계는 1600조원(자영업자 부채 포함) 빚에 짓눌려 고통받고 다시 그 빚이 끌어올린 주거비에 허덕인다.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도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다. 일자리도 늘지 않는다. 최종 소비주체인 가계의 형편이 이러니 얼어붙은 경기는 녹을 줄 모른다. 곳곳에서 얼음이 깨지고 익사하는 민생 비극이 꼬리를 문다. 이틀간 굶은 실직자가 막걸리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히고, 월세가 밀려 방을 빼던 날 세입자가 목을 맸다는 비보가 전해진 건 최근이다. 3년 전 집주인에게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짧은 편지와 월세, 공과금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이 내놓은 주장과 다짐들은 빈말이었다. 독일 역사·정치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신념과 책임, 두 개의 윤리를 강조했다. 작금의 현실은 그들에게 애초 이런 덕목과 능력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그들은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공약을 내걸어 대중의 욕망만 빨아들이고 슬그머니 폐기처분했다. 양극화를 완화하고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데 꼭 필요한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그렇게 자취를 감췄다. 그들이 주창한 ‘창조경제’는 아직도 실체가 뭔지 모호하다. 얼마 전까지 고위 공직을 맡았던 경제학자 A씨는 “박근혜 정권과 창조경제만큼 부조화스러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창의성은 소통에서 나오는 건데 불통정권에서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다.

그들이 이룬 경제 성과(?)라고 해봐야 가계빚 늘려 집값 띄운 게 고작이다. 그 덕에 경제성장률은 올라갔겠지만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진 건 아니다. 오히려 가계빚에 눌려 소비여력이 줄고 무주택 서민의 생활고는 가중됐다.

그들은 무능한 데다 뻔뻔하기까지 하다. 경제민주화 간판 뒤에선 국가 최고권력을 사유화해 재벌들에게서 돈을 뜯었다. 직권남용, 강요, 뇌물죄에 해당한다.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몽땅 블랙리스트에 넣어 각종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형법상의 여러 죄목을 뛰어넘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중대범죄다. 그래놓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대통령 머리 꼭대기에 앉아 대통령 권력을 행사하던 이는 ‘민주투사’ 행세를 한다. 법을 어긴 자가 법을 지키라고 훈계하는 꼴이다.

무능력이 드러난 가운데서도 케케묵은 ‘전가의 보도’는 어김없이 휘두른다. 법과 상식으로 판단하면 될 일에 ‘종북딱지’를 붙인다. ‘태블릿PC 조작설’ 등 가짜뉴스 생산·전파는 기본 옵션이다. ‘아스팔트 우파’들은 “계엄령 선포”로 호응한다.

그들의 이름은, 자칭 ‘보수’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는커녕 짓밟은 그들이 보수란다. 시대착오적 ‘색깔론’에만 유능한 그들에게 역사 공부를 권한다. 독일 철혈재상 비스마르크(1815∼1898)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독일을 통일한 그는 복지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의료보험을 시작으로 산재보험, 노령연금을 차례로 도입했다. 그는 좌파가 아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맞선 보수우파다. 이 땅의 자칭 보수들도 ‘국가의 시간’ 도둑질을 멈추고, 부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기 바란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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