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을 ‘신의 선물’로 소중히 여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유불급(過猶不及). 쾌락을 향한 과한 욕망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아편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명말청초, 1600년대인 것 같다. 너도나도 손을 댔다. 청 옹정제는 마침내 1729년 아편무역을 금지시킨다. 뒤를 이은 건륭제와 가경제는 금연령을 내렸다. 금연령을 내린 마당에 아편을 함부로 재배하게 했을 리 만무하다.
어찌 되었을까. 밀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옹정제 때 200상자이던 밀수량은 손자 가경제 때에는 4000상자, 다음 황제 도광제 때에는 3만상자로 늘어났다. 영국 ‘죽음의 상인’은 인도산 아편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도광제가 숨진 1850년, 태평천국의 난이 터진 해다. 금지는 가격 폭등을 부르고, 밀수 아편은 국고를 텅 비게 했다. 패가망신하는 자가 속출하는 마당에 세금인들 제대로 걷혔을까. 광저우에서 영국 상선의 아편 2만상자를 압수해 불사른 양광총독 임칙서. 그의 싸움에는 패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담배가 대량 밀수되고 있다. 부산 감천항 앞바다에 둥둥 떠다닌 담배 2만2000갑. 러시아 선장이 몰래 들여오려던 불가리아산 담배다. 9900만원어치다. 2012년부터 4년간 적발된 담배 밀수는 1375건, 1397억원. 적발된 것만 이 정도다.
담배 밀수는 왜 갑자기 불어나는 걸까. 청의 아편 밀수와 과정이 똑같다. 아편 금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밀수를 불렀다. 담배 가격 인상은 밀수를 부르고 있다. ‘검은돈’을 좇아 발호하는 담배 밀수꾼들. 혹시 담배 밀수에 흔들리는 우리 사회의 실상이 담긴 것은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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