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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차기 한국지도자, 노무현·부시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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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2 22:02:38 수정 : 2017-04-11 12: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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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진보정권 들어서면 충돌 우려
그때보다 위험천만 갈등 가능성
야생마 트럼프 길들이기 필요
실패 거울삼아 창의외교 펼쳐야
요즘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사회에서 최대 관심사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이다. 이곳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는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미국 조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 전 대표를 ‘노무현 아바타’로 본다. 안 지사는 아직 ‘뉴 페이스’이다.

한국 특파원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만나면 안 지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안 지사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안다’는 식이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한국에서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의 진보 정권과 미국의 보수 정권이 충돌했던 노무현·조지 W 부시 대통령 시대의 데자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노 전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주외교와 한국의 균형자 역할론을 제기했다. 부시는 이에 맞서 주한미군의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 작전에 투입되는 전략적 유연성 카드로 노무현정부를 압박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겉으로 큰소리를 쳤지만 막후에서 노 전 대통령의 팔을 비튼 부시에 백기를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라크 파병 등 부시 정부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문 전 대표는 또다시 전작권 조기 전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의 차기 정부 이관, 개성공단 재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자주외교’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문 전 대표가 집권하고, 현재의 공약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노 전 대통령 당시보다 훨씬 더 위험천만한 한·미 간 갈등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상대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에 비하면 온건한 인물이다. 트럼프는 참을성이 없고, 즉흥적인 독불장군이다. 그런 트럼프가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에서 대형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해 있다. 트럼프가 트위터로 핵 단추를 누르라고 지시할지도 모르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 북한 청문회에서는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이 화제에 올랐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수미 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관은 “한국에서 진보 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럴 경우 대북정책을 놓고 트럼프 정부와 한국 정부 간 틈새가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 외교협회(CFR)는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등이 작성한 ‘한국의 중심축, 서울의 전략적 선택과 동북아의 라이벌 대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넓혀가면서도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그에 따른 위험을 헤지(hedge)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등 한발 물러섰지만 중국과 통상 전쟁을 하면서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 무력 대결을 불사하는 ‘중국 길들이기’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순방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것은 다분히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10, 11일 트럼프와 만나 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조공 외교’를 선보였고, 트럼프도 전용기 탑승, 별장 초대, 골프 라운딩 등 ‘환대 3종 세트’로 화답했다. 이렇게 미·일 관계가 굳건해질수록 한·미 관계는 그 하부 구조로 편입되게 마련이다.

문 전 대표가 겉으로는 큰소리 뻥뻥 치고, 속으로 내줄 것 다 내준 ‘노무현·부시’ 시대의 데자뷔가 되지 않도록 어떤 복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가 보수 정권 10년의 외교 실패를 공격하기는 쉽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야생마처럼 날뛰는 트럼프를 길들이는 창의적인 외교를 전개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이제 한국 등 세계 각국 선거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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