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에선] 대북 전문가 ‘내 편 네 편’

관련이슈 현장에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2-14 00:39:16 수정 : 2017-04-11 13:03: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의 일이다. 국책연구기관 소속의 북한·외교안보 전문가 3명이 사표 제출을 요구받았다. 현 정부와 국정 철학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이 기관의 상급기관장과 가까운 인사를 비롯한 선배 학자들이 백방으로 구명운동을 펼친 끝에야 이들은 겨우 살아남아 연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큰 현재 이들 가운데 2명은 소속 기관 인사에서 ‘영전’했다. 정권이 바뀔 때쯤이 되어서야 ‘피해자’로 지냈던 몇 년 동안의 불운을 만회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민간연구기관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A연구소의 B박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언론 접촉 활동을 제한당했다. 그가 속한 기관장은 그에게 근무시간 내에는 방송 출연을 포함한 언론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종종 밤 10시 이후 늦은 시간대에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TV 토론 프로그램에만 존재를 드러냈다. B박사는 정부 정책을 비판할 때는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더 강하게 꾸짖거나 정부 정책의 장점도 함께 거론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자기검열’을 했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각 정당의 대선 캠프에 여러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분주한 강도가 세질 것이고 캠프 내 자리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대선 이후의 자리 싸움은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릴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해외 학자는 사석에서 “한국에서는 왼쪽도 오른쪽도 선택하지 않고 중도로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론과 현실(정책)을 접목하고 싶은 전문가라면 진영을 선택해야 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마 이러한 ‘기회비용’이 부담스러워 특정 정치인의 대선 캠프 참여를 주저하거나 캠프 활동을 하면서도 적잖은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정부 성향에 따라 대북·통일 정책은 급격한 방향 선회가 이뤄졌다. 과거 정부의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참여했거나 정책 구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 전문가들에겐 정치적 ‘딱지’가 붙었다. ‘실세’라는 수식어와 함께였던 이들일수록 더할 것이다. 지속적이고 일관된 대북·통일 정책, 초당적 외교·안보 정책은 교과서나 남의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정부도, 언론도, 전문가들도 외교·안보 정책만큼은 초당적 협력을 하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실제 그런 ‘초현실적인 현상’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현재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환경은 어느 한쪽의 지력(智力)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고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생각이 다른 쪽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편에 섰다는 이유로 전문가 줄세우기를 하고 편을 가르거나 각종 연구·자문 기회에서 배제시키는 구태는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