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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빠를수록 좋은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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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4 21:47:46 수정 : 2017-02-14 23: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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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선제외교 구경만 해선 안돼
황교안 대행 빨리 트럼프 만나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동북아 정세가 격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로 영국 총리를, 두 번째로 일본 총리를 만났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발 빠른 움직임이 통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곤경에 빠진 아베는 이번 방미를 성사시킴으로써 일거에 미국을 일본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일본의 집요한 요구가 대거 반영됐다. 우선 일·중 간 영토분쟁 대상인 센카쿠열도가 미·일 상호방위조약 제5조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기했다. 이는 수년간 협상을 거쳐 2015년 합의한 미·일 신안보협력지침에서 명기하지 못한 사항인데 이번에 관철시킨 것이다.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진용이 제대로 갖추어지기 전에 이루어진 일이다. 또한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TPP의 핵심 내용에 버금가는 미국의 향후 약속을 명기함으로써 일본이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과 함께 자유무역주의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이호진 유엔한국협회 수석부회장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걸어 다시금 한·일 양국관계를 악화시킨 장본인인 아베는 한국을 포함시킨 3국(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는 한·중관계를 더욱 껄끄럽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와 사전조율 없이 포함시킨 것이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딜메이커(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 수완을 보여준 대목도 엿보인다. 아베와의 정상회담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불과 3주 전 정면 부인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했다. 다음날 센카쿠 관련 미·일 정상 간 합의가 중국을 격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중국 측을 무마하는 효과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트럼프·시진핑 통화를 계기로 대립·분쟁 조짐을 보이던 미·중관계가 방향을 틀며 시 주석이 방미초청을 수락하고 머지않아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렇듯 동북아 지역의 세력판도와 질서가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인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세계정세는 트럼프의 등장 이전부터 이미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중동에서의 오바마 정책 실패, 테러리즘 확산, 수백만명의 난민 발생과 국경봉쇄, 민족주의와 보호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보듯 1990년 냉전종식 이후 세계질서와 팍스아메리카나의 바탕이 된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화의 덕을 크게 보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항상 불안한 한반도, 그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앞다퉈 트럼프를 찾아 동북아의 정치지형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탄핵이슈와 정치적 논쟁 등 국내정치에 파묻혀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국을 찾았다고 안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둘러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져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크다. 탄핵정국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외교안보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것은 경제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외교안보의 확실한 안정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정상회담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엄중한 세계정세의 흐름 속에 우리가 소외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우리가 속한 동북아 지역에서는 북한핵, 섬 영토권,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중·일 3국간 갈등과 지역 전략관계의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막 출범한 미 행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첫 수를 두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트위팅과 직접대면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맹방인 한국정부 최고책임자의 워싱턴 방문과 회담을 크게 환영할 것이다.

이호진 유엔한국협회 수석부회장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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