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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숱한 외세의 침략에도… 자존심처럼 버틴 중세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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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7 10:00:00 수정 : 2017-02-15 19: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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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카우나스와 클라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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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따뜻한 물도 보온병에 채워 두었다. 추운 날씨라 옷을 겹겹이 껴입고 빌뉴스를 떠날 준비를 한다. 인구 30만명의 리투아니아 두 번째 도시 카우나스(Kaunas)로 향하기 위해서다.
17세기에 지어진 카우나스의 파자이슬리스 수도원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 건물이다.


카우나스는 지리적으로 리투아니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네무나스(Nemunas)와 네리스(Neris)라는 두 개의 큰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방어에 유리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14세기 돌로 만든 거대한 성이 세워지면서 카우나스는 도시로 성장했다. 이후에도 카우나스 성은 도시 방어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두 개의 강이 보호하는 지리적 이점과 견고한 성으로 도시는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서유럽 무역 중심지로 성장했다. 리투아니아는 독일의 침공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소련의 지배가 이어지면서 1991년 다시 독립하기까지 오랜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오랜 굴곡을 이겨내고 독립과 함께 카우나스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리투아니아의 제2의 도시로 발전해 왔다.
카우나스의 가운데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거리 자유로는 서유럽 분위기의 자유롭고 아기자기한 신시가지이다.

빌뉴스에서 출발해 파란 하늘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바라보며 1시간 30여분을 달렸다. 카우나스다. 시내에 들어서 길가 주차공간에 차를 세워두고 주차 티켓 발급기에서 이리저리 주위 눈치를 살폈다. 때마침 건너편 주차하는 차량이 있어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티켓을 받아 운전석 앞유리에 잘 보이도록 얹어 두고 중심거리로 걷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걷자 어제부터 조금 들떠 있던 신발 밑창이 걷기 힘들 만큼 벌어졌다. 낯선 곳에서 수명을 다한 듯하다. 우선 관광 안내소를 들렀다. 금발 머리의 친절한 직원이 테마에 따른 여러 투어를 안내해 준다. 고대 전설에 따라 도시 요새였던 구도시의 여러 건물을 연결한 카타콤(catacombs) 미로 찾기, 리투아니아 맥주가 처음으로 양조된 맥주 맛보기, 2015년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목록에 포함된 카우나스 번영의 황금기를 목격하는 근대 건축과 독특한 현대 건축 둘러보기, 독일 북부와 발트해 연안의 도시들이 형성했던 한자(hansa) 동맹의 주요 도시였던 중세 카우나스의 유적지 방문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답게 여러 가지 볼거리로 관광 프로그램이 가득했다. 그러나 신발 사는 것이 급선무였다. 시내지도를 받아들고 상가가 위치한 중심가로 걸어가기로 했다. 신발을 끈으로 동여맨 불편한 모습이었지만 중심가로 향하는 길은 중세의 도시답게 고풍스러운 건물들로 가득했다.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은 1800년대에 지어진 러시아정교회의 성당과 닮았으나 카톨릭 성당이다. 러시아가 카우나스에 주둔한 수비대를 위해 지은 성당이어서 수비대를 뜻하는 개리슨(garrison)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의 큰 길을 따라 걸으니 푸른빛 지붕의 아름다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00년대에 지어진 이 성당은 러시아정교회의 성당과 닮았으나 가톨릭 성당이다. 러시아가 카우나스에 주둔한 수비대를 위해 지은 성당이다. 애초 이름은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Church of St. Michael The Archangel)이지만 수비대를 뜻하는 개리슨(garrison)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신비잔틴 양식의 이 건물은 러시아 군인들이 물러난 후 미술관으로 사용되다 현재는 가톨릭 성당으로 바뀌어 미사가 열린다. 그 교회 앞으로는 자유로(Laisves Aleja)가 펼쳐진다. 이 거리는 카우나스 가운데를 관통하는 거리로 서유럽 분위기의 자유롭고 아기자기한 신시가지다.
 
카우나스 시청 광장에서 바라본 성 프랜시스 교회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두 개의 장엄한 탑이 있다. 후기 바로크 양식의 교회다.

거리 양 옆은 오래된 중세 도시처럼 보이지만 유명 브랜드 상점과 분위기 좋은 식당,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길 따라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서 세일하는 털 신발을 마련했다. 여행지에서 예상하지 않은 지출이지만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신발을 얻게 돼 기분이 좋아졌다. 자유로가 끝나면 바로 연결되는 빌니우스 거리(Vilniaus Gatve)를 따라 가면 또 다른 아름다운 거리가 나온다. 보행자 전용거리로 16세기 무렵의 여러 건물이 보인다. 그중 몇 개는 수세기를 거치며 재건축이 이뤄져 여러 시대의 양식이 어우러진 건물들도 보인다. 특히 1542년 지어져 오랜 세월 동안 시청 건물로 활용된 구(舊)시청사는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 후기 바로크 양식 및 초기 고전 건축 양식이 어우러져 있다. 하얀색의 이미지 때문에 하얀 백조로 불리는 이 건물은 1973년 이후에는 예식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광장에 있는 시장에는 갖가지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리투아니아 최초의 방어요새로 붉은 색 건물인 카우나스성. 하얀 눈을 이고 선 붉은 색의 아름다운 성은 14세기에 지어진 이후 주변 국가들의 끊임없는 침략을 겪어왔다. 수많은 파괴와 보수를 거치면서도 중세시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구시가지 끝에 있는 붉은색의 건물은 카우나스성인데 리투아니아 최초의 방어 요새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하얀 눈을 이고 선 붉은색의 아름다운 성은 14세기에 지어진 이후 주변 국가들의 끊임없는 침략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수많은 파괴와 보수를 거치면서도 중세시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리투아니아 국가의 날인 7월6일에는 뮤지컬 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붉은 성을 배경으로 야외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매우 매력적일 것이다. 구시가지 끝에는 리투아니아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 페르쿠나스의 집(Perkuno namai)이라는 매우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15세기 후반에 지어 진 고딕양식의 이 건물은 상인들이 리투아니아의 전통신인 천둥의 신 페르쿠나스에게 제사를 지낸 곳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빌뉴스의 오나 성당과 더불어 리투아니아에서는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건물이다.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 뒤편에 자리잡은 미콜라스 질린스카스 미술관 입구의 조각상.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자유로로 되돌아왔다. 미리 봐 두었던 식당으로 들어가 따스한 수프를 주문했다. 커다란 빵이 나온다. 빵 뚜껑을 여니 수프가 담겨져 있다. 수프와 함께 먹는 리투아니아 전통 음식이다. 따뜻한 수프에 몸을 녹이고는 차를 몰아 파자이슬리스 수도원을 방문했다. 17세기에 지어진 이 수도원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 건물이다. 수도원 앞 양측의 자작나무는 햇살에 눈꽃을 흩날린다. 바람결에 따라 반짝이는 빛이 천사의 날갯짓 같다. 수도원을 되돌아 나오니 ‘카우나스의 바다(Kauno Juras)’로 불리는 호수가 보인다. 호수가 얼어붙어 눈 쌓인 넓은 벌판처럼 보인다. 1996년 이후 매년 이곳에서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큰 음악 축제가 열린다. 여름철에 시작해 가을까지 3개월간 계속된다고 하니 축제에 맞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페다 시청 광장 모습.

카우나스를 뒤로하고 클라이페다(Klaipeda)로 향했다. 인구 15만명으로 리투아니아 세 번째 도시다. 발트해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구 도시로 네만 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과 이어지는 주요한 페리 항이다. 도착한 시간은 그리 늦지 않았지만 해가 짧은 탓에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호텔은 구시가지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시내를 둘러본다. 호텔 앞이 관광지 인근이라 안내 책자에 있는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 직원이 일러준 야경이 가장 멋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클라이페다의 식당 창가 자리에서 내려다본 도심 풍경. 눈에 쌓인 도로와 커다란 배들이 항구 도시임을 알려준다.

현지인에게는 이른 시간인지 손님이 별로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르게 도착한 데다 호텔 추천으로 왔다 하니 도심이 내다보이는 예약석인 창가 자리로 안내해준다. 눈에 쌓인 도로와 바다 위에 떠 있는 커다란 배들이 보인다. 항구 도시 클라이페다에 온 것을 실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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