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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고개 아리랑-국가의 토지강탈 의혹 사건] 신군부선 ‘악덕기업인’ 지목해 재산 헌납 강요

입력 : 2017-02-15 19:13:35 수정 : 2017-02-15 19: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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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계엄사, 동명목재 사주일가 구금 / 토지 96만평·예금 포기각서 받아 / 야권인사엔 가족재산까지 털기도 1970년대 4공화국에 이어 1980년대 5공화국 시절에도 국가가 민간인 토지 등 재산을 ‘헌납’ 형식으로 사실상 강탈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들은 뒤늦게 누명은 벗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15일 국가기록원에 소장 중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기업 동명목재 사주들은 1980년 6월 전두환 신군부의 강압에 의해 재산을 강제 헌납했다.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세계적 합판 생산기업이던 동명목재의 사주 강석진(1984년 사망)씨와 동명중공업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은 아들 강정남씨, 임원들을 부정축재를 일삼는 반사회적 ‘악덕기업인’으로 지목했다. 수사를 맡은 합수부 부산지부는 이들을 연행해 2주에서 2개월까지 불법구금하고 폭행과 전기고문 위협 등 가혹행위를 해 토지 약 96만평과 주식, 가족 예금액 16억여원 등의 재산포기 위임각서를 받아냈다.

신군부가 야당 국회의원들을 불법구금, 가혹행위를 해 강제로 의원직 사퇴·재산을 헌납받은 사건도 진실화해위 조사를 통해 공개됐다. 합수부는 1980년 7월18일 당시 신민당 정해영·송원영·박영록 의원, 공화당 장영순 의원 4명을 강제연행했다. 합수부는 이들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각목으로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 이들을 포함한 정치인 17명을 이권에 개입, 금품을 받은 ‘부정축재 정치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가족명의의 재산을 강제헌납한 뒤 35~37일 만에 석방됐다. 당시 합수부 수사관 김모씨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의원들이 비리혐의가 없는데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한모 소령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재산헌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군부가 이른바 정치쇄신, 사회정화 등 명분을 내세워 정치·사회적 반대세력을 탄압한 사례로, 주로 소송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낸 전 정권의 사례와 대비된다. 공안사건 소송 전문인 한 변호사는 국가의 재산 강탈 사건의 전개 방식에 대해 “소송 등의 형식을 일단 만든 뒤 검사 등이 개입해 확정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 4공화국의 방식이라면, 압박하고 포기각서를 쓰게 해 가져가는 것이 5공화국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동명목재 사건의 경우 불법 구금과 재산 강제헌납 등에 대한 사과를, 국회의원 가혹행위 사건에 대해서는 사과와 피해에 대한 구제조처를 국가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후 동명목재 사주 가족들이 낸 재산반환 청구소송은 기각됐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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