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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고개 아리랑-국가의 토지강탈 의혹 사건]정수장학회·영남학원 ‘강탈·대대로 사유화’ 여전히 논란

입력 : 2017-02-15 19:13:44 수정 : 2017-02-15 22: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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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공권력 개입 ‘개인 재산권 침해 의혹’ 사례 국가 공권력에 의한 개인 재산권 침해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재단법인으로 이어진다. 정수장학회와 영남학원(영남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대통령 일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재산을 기반으로 설립돼서다. 외형적으로는 공익재단이지만 박 전 대통령 일가와 측근이 이들 재단을 사실상 ‘강탈’해 운영 과정에 깊숙이 개입, 대대로 사유화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 재산 기반으로 설립…강탈 논란

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는 부산의 기업가 김지태(1982년 사망)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헌납받아 만들었다. 영남대 역시 개인에게 헌납받은 청구대와 대구대를 통합해 설립됐다.

문제는 이 같은 재산 헌납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느냐이다. 김씨는 1962년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에서 구속수사를 받다가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한국문화방송 등 언론3사 주식과 부일장학회 기본재산인 부산지역 토지 10만평 포기각서와 기부승낙서를 썼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헌납물목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포기각서를 써줬다”는 비망록을 남겼다.
과거사위, 부일장학회 조사결과 발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들이 2005년 7월 22일 국정원에서 부일장학회와 관련한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와 관련, 2005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헌납이 공권력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자유의지에 의한 기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한발 더 나아가 공권력에 의해 강요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피해자에게 재산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결론내렸다.

또 진실화해위는 5·16장학회가 재단법인 설립요건에 맞지 않고 소유명의 이전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산출연자가 아닌 7명이 초대 이사진이 돼 정관을 작성했고, 재단의 재산 소유권도 국가에 귀속시키거나 당시의 국유재산법 등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5·16장학회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1968년 영남대 설립의 기반이 된 청구대와 대구대의 헌납 과정도 설립자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구대는 1950년 최해청씨가 재산을 출연해 세웠다가 학내 경리직원의 비리사건이 일어나 이사에서 물러났고, 이어 교사 신축공사 중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이사진이 대학을 정권에 헌납했다. ‘경주 최부자’로 유명한 최준씨가 1947년에 설립한 대구대는 대학을 위탁 경영하던 삼성이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국가에 헌납했다. 이들 대학 설립자의 후손들은 대학을 국가에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재단이 돈벌이 수단?

이들 재단은 장학사업 등 설립 취지와 달리 공익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재단 요직을 장악하고 개인재산처럼 취급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사재를 털어 설립된 부일장학회는 매년 1000~50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대형 장학재단이었지만 1961년 재탄생한 5·16장학회는 장학금 지급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1971년 4월 김대중 당시 신민당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 “5·16장학회는 재산이 500억원에 이르고, 장학회 이름으로 면세 등의 특전을 받고 있는데 장학 용도로 쓰는 돈은 71년도에 2400만원에 불과하다”며 “5·16장학회 실제 소유자는 모든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기자간담회 갖는 故 김지태 회장 차남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 회장의 차남 김영우(왼쪽)씨가 2007년 6월 13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정수장학회의 횡령, 탈세의혹에 관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16장학회는 1982년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정수장학회로 개칭돼 박 대통령 일가의 사유물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995년 8대 이사장에 오른 박 대통령은 2005년까지 매해 평균 1억원 이상, 모두 11억원이 넘는 활동비를 받아갔다.

2005년 과거사위는 정수장학회의 사유화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김지태가 헌납한 재산은 당연히 공적으로 관리·운영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5·16장학회를 거쳐 정수장학회로 이어져 왔고, 그 과정에서 사유재산처럼 관리돼 왔으며, 장학회 이름도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을 내세웠다”며 “그동안 이사진도 대체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선임됐고 그의 사후에도 유족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므로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2012년 기준 정수장학회 자산은 MBC 주식 30%, 부산일보 주식 100%,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토지 등 238억6000만원이다. 현재 자산가치로 환산하면 수조원에서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통령 측근 전횡 말썽

영남대 역시 1980년부터 박 대통령이 이사장과 이사를 맡으며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듬해 영남대 재단 정관 제1조에는 ‘교주(校主) 박정희’라고 못박은 문구가 들어갔다. 공공 교육기관을 사유물 취급했다는 얘기다.

1988년 부정입학 파동으로 영남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열리면서 재단 전횡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측근 ‘4인방’이 개입해 1987~88년 입시에서 학생 29명으로부터 기부금 4억3000만원을 받고 부정입학을 시키는 등 재정을 좌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조일문 재단 이사장은 국감에서 박 대통령이 관여한 이유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을 교주로 모셨고, 따님이라는 인연 때문”이라고 답해 영남대가 박 대통령 일가의 사유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재단 실권자로 군림하며 사업체처럼 운영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당시 영남대 교수협의회 의장이었던 이성대 교수는 정기총회 연설에서 “지난 8, 9년간 박 이사는 실질적으로 영남대 이사장 역할을 해왔다”며 “박 이사는 영남대를, 사랑과 신의를 바탕으로 2세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의 도장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이해관계가 서로 날카롭게 맞물리는 사업체처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와 영남대 이사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설립자 후손들의 재산권 회복 운동은 수십년째 진행 중이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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