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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하며 집회 선동 김문수, 대권 욕심에 극우로 돌변 / 재선 위해 탈당 접은 비박 의원, 보수 추락 부르는 기회적 처신 1998년 보선에서 첫 금배지를 단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민중당 출신 김문수·이재오 의원과 한솥밥을 먹는다. 서로 상극이었다. 김·이 의원은 공사석에서 “독재자의 딸, 유신 공주”라고 했다. 박 의원은 분하고 억울했다. 이회창 총재를 찾아가 핍박을 막아 달라고 간청했다. 눈물까지 흘렸다는 뒷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14년 5월.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후임으로 떠올랐다. 청렴·개혁 이미지 때문이다. 하마평은 무성했으나 결과는 꽝이었다. 박 대통령 뒤끝은 오래 간다.

허범구 논설위원
노동계 전설 김문수는 보수 정당에서 보기 드물게 고속 성장했다. 3선 의원에다 경기지사 두 번. 2012년엔 박근혜 후보와 맞서 친이계 대선주자로 뛰었다. 내리막길은 선당후사 외면으로 시작됐다. 2014년 7·30 재보선(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뿌리쳤다. 대신 지난해 총선 때 텃밭인 대구에 출마했다. 명분 없는 선택에다 낙선까지 하면서 대권 경쟁에서 사실상 잊혀졌다.

그런 그가 요즘 ‘박근혜 호위무사’로 돌변해 뉴스 메이커로 등장했다. 태극기집회에 나가 탄핵 반대를 외치며 ‘아스팔트 우파’를 선동한다. 지난해 말 탄핵을 지지하고 친박 청산을 추진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13일 기자회견에서 “태극기집회에 참여해보니 감명받아 눈물 날 정도였다”고 했다. 14일 한 방송에선 ‘블랙리스트’ 비호성 발언도 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왜 이렇게 바뀌었나 괴롭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극우적 변신은 대권 욕심 탓이다. 보수 정치가 욕먹는 이유다. 어디 그뿐이랴.

탄핵에 찬성하고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잔류한 비박계 의원들. 30명 안팎이다. 수도권 A 의원은 지역구 곳곳을 다니느라 종일 바쁘다. “2월엔 유난히 챙겨야 할 일정이 많다”고 한다. 영남권 B 의원은 그제 KTX를 타고 지역구를 다녀왔다. 비박에게 탈당은 과거사다. 나경원, 강석호 의원은 “나가지 말라는 여론이 높다”,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지지해 탈당설이 돌던 지상욱 의원. “지역민 의견을 취합 중인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에서 친박과 싸우겠다” “더 분열해선 안 된다” 등등. 핑계는 다양하나 속내는 같다. 재선 성공을 위한 일념뿐이다. 대선 향배나 보수 앞날은 나중 일이다.

한국당은 갈수록 퇴행적이다. 큰소리치던 인적 청산은 시늉에 그쳤다. 폐족 친박계는 ‘태극기여론’을 등에 업고 득세 중이다. 친박 목적은 뻔하다. 박 대통령이 뭘 해도 요지부동인 15% 절대 지지층. 이들을 규합해 탄핵심판을 압박하고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집안 거덜난 줄 여겼다가 15% 유산을 알게된 여당 대선주자들. 지지율 1%도 안 되는 10여명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한다. 어젠 정치 초짜 보수 논객이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러시 이유는 짐작된다. 이번에 유산을 갖거나 다음 선거 때 종잣돈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수구보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보수는 책임·희생·헌신의 가치를 실천하며 생존해왔다. 2004년 총선 때 ‘천막당사’ 정신과 중진들의 불출마 릴레이가 있었다. 이런 전통의 상실이 추락을 재촉하고 있다. 모두 제 살길 찾기에 골몰한다. 눈치보기와 기회주의가 판친다.

충청권 의원들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지원을 약속했다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안면몰수했다. 이들이 적극 도왔다면?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충청권 의원들이 세를 모아줬다면 ‘충청 대망론’이 퍼지면서 판세가 확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충청에서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착”이라는 것이다.

비박계 의원 30명도 일찌감치 탈당했어야 했다. 이들이 주저앉고 망설이면서 결과적으로 바른정당을 죽이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제로섬 게임’ 관계다. 민심과 멀어진 정당은 미래가 불안하다. 마음은 바른정당에, 몸은 한국당에 있는 의원들이 적잖다고 한다. 구차하고 비겁하다. 보수가 대선에서 참패해 몰락의 길을 간다면 비박의 책임은 친박 못지않을 것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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