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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당신만큼은 잊지 않으리오…알츠하이머 할아버지의 아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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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14:01:49 수정 : 2017-02-16 17: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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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복도를 걷는 할아버지를 조심스레 뒤에서 부축했다.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서던 할아버지는 “여기는 내가 있던 곳이 아닙니다”라며 놀란 투로 말했다. 이내 침대에 누운 아내를 알아보고는 “여기가 맞네요.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인민망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 할아버지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사는 덩씨(85)다. 그는 몇년 전부터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는 그이지만, 아내 장씨(78) 만큼은 또렷이 분간해낸다. 그의 가슴이 기억하고 있어서다.

덩씨 부부는 간과 췌장 등이 좋지 않아 이달 초부터 우한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아내가 먼저 치료받기 시작했고, 나중에 덩씨가 입원했다. 간호사는 부부가 함께할 수 있도록 같은 병실을 배정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종합병원 복도에서 입원 중인 덩씨(85·왼쪽)가 아내 장씨의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다. 몇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덩씨는 조금씩 망각해가지만, 아내 만큼은 또렷이 기억해낸다. 중국 인민망 캡처.

덩씨의 아내 사랑은 병원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자기 침대를 두고 아내 오른편에 눕는 그는 행여나 부인이 완전히 잠들었다고 판단이 설 때까지 먼저 눈을 감지 않는다. 아내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까 걱정해서다. 부인이 부스럭거리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한다. 아내를 보살피느라 약 먹는 시간을 잊은 적도 있다.

아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는 덩씨는 치료 때문에 잠시라도 함께할 수 없으면 불안해한다. 그는 자리를 비운 부인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운 듯 “아내를 찾아올게”라며 옷을 주섬주섬 챙긴다. 옆에서 지켜보던 손녀는 “할머니는 지금 진료받고 계세요. 곧 돌아오실 거예요”라고 달래곤 한다. 몇 분마다 “아내는요”라고 찾는 덩씨 때문에 간호사가 옆을 지키기도 한다.

손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은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을 만큼 달콤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종합병원 병실에서 입원 중인 덩씨(가운데)가 지난 14일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함께 치료받는 아내 장씨(오른쪽)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몇년 전부터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 덩씨는 아내 만은 가슴으로 기억한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종합병원 병실에서 입원 중인 덩씨(왼쪽)가 지난 14일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함께 치료받는 아내 장씨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병원 측은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부부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같이 집으로 갑시다”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와 함께 꽃다발을 마련한 것. 덩씨가 꽃과 함께 아내에게 전한 이 편지에는 “모든 것을 잊어도 당신만은 잊지 않겠다”고도 적혀 있어 장씨 뿐만아니라 보는 이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는 전언이다.
 
이 편지는 올해로 결혼 60주년을 맞은 부부를 위해 간호사들이 직접 준비했는데, 덩씨의 소망을 고스란히 담은 듯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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