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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향연] 사회 변화요소·핵심동인 체크… '발생가능한 미래' 그린다

관련이슈 이광형 칼럼 , 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입력 : 2017-02-16 21:00:07 수정 : 2018-04-25 13: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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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미래예측 5단계
나는 테니스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코치는 공을 치는 스윙 동작을 3단계로 나눠 연습하게 했다. 초기 몇 주 동안을 매일 ‘하나, 둘, 셋’을 소리 내 말하며 스윙 연습만 시켰다. 정말로 3단계 스윙 연습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코치가 실제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전혀 3단계로 나눠 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공을 쳐봤다. 전혀 공이 맞지 않았다. 코치는 3단계로 치지 않아도 공이 잘 맞는데, 나는 그렇게 하니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초보자는 단계별로 구분해 스윙해야 실수하지 않고, 공을 맞힌다는 것을 알았다. 고수가 3단계 스윙을 하지 않는다고 해, 스윙의 핵심 요소를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고수는 단계별로 구분해 치지 않아도, 중요한 요소를 지켜서 하기 때문에 공을 잘 맞히는 것이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예측 과정을 5단계로 구분해 시행하는 방법을 다룬다. 예를 들어 ‘일자리의 미래’를 예측한다고 가정하고 설명해보자.

◆1단계 문제 정의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미래 예측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이 이 단계를 가볍게 생각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다가 어려움을 만나 문제 정의를 다시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면 다음 단계에서 할 일이 명확해지고 전체 일의 진행도 빨라진다. 이 단계는 주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일자리의 미래’를 예측한다고 할 때, 왜 이 일을 하는지 목적을 정확히 해야 한다. 일자리의 예측 결과를 이용할 사람이 정책결정자인지 또는 노동조합장인지, 그리고 결과를 어느 목적에 이용할 것인가를 정의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주어진 기간은 어느 정도이고 예산은 얼마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대상 시간 범위로 타임 프레임을 정한다.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할 것인지, 20년 후의 미래를 볼 것인지 그 대상 시간을 정한다. 아울러 프로젝트 참여자를 정한다.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본다. 프로젝트의 이해 관계자들은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들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지지하는지 또는 프로젝트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프로젝트 이해 관계자라고 하면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왔을 때 사용할 사람,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는 사람,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가들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가 알아본다. 기본적인 정보가 있는지, 사전에 이 프로젝트와 유사한 작업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체크해본다. 또한 미래 예측을 하기 위해 어떠한 예측방법을 적용할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어떻게 통합하고 구성할 것인지 정한다. 프로젝트를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들이나 결과 사용자들과 항상 소통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결과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서면 보고서를 제출할 때에는 몇부 인쇄하고 배포는 어디까지 할 것인지 정한다. 또 구두 발표회를 할 때에는 발표 형식은 어떻게 할지를 협의한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결과를 어떻게 적용 실행할 것인지, 그리고 피드백에 대해 협의한다. 실행 과정에서 데이터와 보고서의 업데이트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한다.

◆2단계 관련요소 추출

2단계에서는 예측할 미래 변화와 관련된 요소를 추출한다. 이 단계에서는 관련된 모든 요소를 찾는데, STEPPER 방법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STEPPER는 ‘미래변화 7대 요소’로서, 영어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즉,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의 약자다. 먼저 일자리의 미래가 STEPPER의 어떤 요소와 관련돼 있는지 찾아낸다. S(Society)에서는 양극화, 빈부격차, 소통부재 등의 문제를 미래 일자리와 관련해 고려할 수 있다. T(Technology)에서는 자동화, 인공지능로봇 등을 찾을 수 있으며, E(Environment)에서는 온난화를 찾을 수 있다. P(Population)에서는 노령화, 출산율, 세대차이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P(Politics), E(Economy), R(Resource)에서도 관련요소를 찾을 수 있다. STEPPER별로 나눠보면, 빠뜨리지 않고 관련요소를 찾을 수 있다.

◆3단계 핵심동인 결정

3단계에서는 추출된 관련요소 중에서 핵심 동인을 결정한다. 관련요소 사이의 관계를 네트워크 형태의 상호작용 그림으로 표시한다. 그림에서 관련요소 사이의 인과관계, 종속관계를 찾아서 다른 것에 영향을 많이 주는 독립적인 요소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 -로 표시할 수 있다. 영향을 주는 관계를 +로, 영향 받는 관계를 -로 표시한다. 결국 관련 요소 중에서 + 표시를 많이 가지는 요소가 독립적으로 다른 요소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동화, 인공지능로봇, 노령화 등을 핵심동인으로 결정할 수 있다.

◆4단계 미래 예측

4단계에서는 앞에서 결정했던 미래 예측 방법을 적용해 실제로 미래를 예측한다. 이 앞 단계들은 예측을 잘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앞 3단계에서 결정한 핵심동인인 자동화, 인공지능로봇, 노령화를 이용해 예측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미래예측은 한 가지 방법만을 이용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시에 이용한다. 따라서 각 방법들의 상호관계를 정의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어 A 방법의 결과를 B 방법이 이용하는 결합도 가능하고, 또는 방법 A와 B의 결과를 C가 이용하는 조합도 가능하다. 여러 방법의 특성을 활용해 적절히 융합해야 시너지를 내어 좋은 예측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방법의 결과를 각각 독립적으로 복수의 미래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5단계 예측 결과 통합해석

예측 결과를 통합한다는 것은 여러 개의 방법에서 나온 여러 개의 미래를 비교해 통합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예측되는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예측은 특정한 미래를 알아 맞히는 과정이 아니다. 발생 가능한 미래를 미리 내다보면서 그에 따른 대응을 탐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방법을 통해 나온 결과를 굳이 하나의 결과로 통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통합적인 해석 과정을 통해 내가 실현 가능한 희망하는 미래가 어떤 것이지 확실히 할 수 있고, 이러한 희망 미래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측된 미래 일자리가 다음 두 가지가 나왔다 하자.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 증가와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의 두 가지 미래다. 여기에서는 이 두 가지 미래를 대상으로 희망 미래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미래예측 5단계를 살펴봤다. 이 단계들을 일일이 따르지 않고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미래예측에 경험이 많은 고수는 그렇다. 하지만 사실 따져보면 그러한 고수들도 테니스 코치처럼 각 단계의 핵심 사항은 모두 체크하면서 진행함을 알 수 있다. 미래예측에 왕도는 없다. 좋은 데이터를 활용해 각 단계의 핵심 사항을 빠뜨리지 않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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