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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맨체스터∼’의 슬픈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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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21:17:36 수정 : 2017-04-11 13: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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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어촌마을, 맨체스터바이더시(Manchester by the Sea)에서는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제목처럼 보스턴 북부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가슴 시린 상처를 가진 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를 풀어낸다.

보스턴에서 아파트 잡역부로 일하는 리(케이시 애플렉)는 어느 날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바이더시로 돌아간다. 유일한 혈육인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이 된 리는 패트릭에게 보스턴에 가서 함께 살자고 설득하지만 패트릭은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맞선다. 장례식을 준비하던 중, 리는 이혼한 랜디(미셸 윌리엄스)를 만나면서 잊고 싶었던 과거를 떠올린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 콘텐츠산업연구소장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상처를 받으면 우리는 그것을 회피하거나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리는 자신의 실수로 자녀들을 잃게 된 상처를 가졌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하며 상처를 회피하려 하지만 형의 죽음으로 상처가 재발된다. 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조카 패트릭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가슴속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영화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불안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이며 사람은 오직 사랑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아픈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주는 관계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말할 수 없는 큰 아픔을 지닌 한 남자와 이제 막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년이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조절해 나간다. 영화는 죽음과 상처를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 유머와 위트가 흐른다. 슬프고 아플지언정 우리의 삶은 살아지는 법이고, 죽음과 삶이 하나이듯 슬픔과 기쁨은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삶이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케너스 로너건 감독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감독은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고 감정을 최대한 절제함으로써 리의 고통을 관객들이 온전히 느끼도록 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보다 일상적인 대사, 상처받은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에 공을 들였다. 특히 케이시 애플렉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무감각해 보이는 표정과 행동은 궁금증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대사 없이도 슬프고 절제된 감정을 온전히 전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버릴 것 같은 미국 동북부의 추운 겨울, 차디찬 바람이 이는 스산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듯, 관객들은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아픔을 따라 그의 감정선에 이입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삶이 각박해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갖게 되는 우리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되살려 준다. 마음이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영화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 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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