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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이스하키 일취월장… ‘백지선號 마법’ 이유있었네

입력 : 2017-02-16 19:48:08 수정 : 2017-02-16 21: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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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동계AG 특집] 본지 입수 훈련 프로그램 ‘비밀노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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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의 훈련이 열린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선수들을 지휘하던 백지선(50) 감독은 쉴 틈 없이 작전판에 전술을 설명하며 목청을 높였다. 2시간여의 훈련을 마친 뒤 백 감독은 “대표팀은 철저하게 짜인 계획을 따라가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평창동계올림픽 목표도 당연히 금메달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백지선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사실 대표팀은 2014년 백 감독이 합류하기 전까지 숙적 일본을 34년 동안 한 번도 꺾지 못할 정도로 약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최근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세계 랭킹 13위의 덴마크를 사상 처음으로 꺾었고 일본을 상대로도 국제대회 2연승을 거두는 등 체질 개선에 완벽히 성공했다. 백 감독이 보여준 ‘마법’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일보가 16일 단독 입수한 파워포인트(ppt) 20~30쪽 분량의 훈련 프로그램에 따르면 선수들은 공·수에 걸친 기본기와 체력향상 훈련을 통해 단기간에 기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화려한 전술보다는 기본훈련에 집중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특히 백 감독은 자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 시절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작전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실전 활용도를 높였다.
백지선 감독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험을 살려 2015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만든 훈련 노트. 선수 일시 퇴장으로 수적 열세일 때 효과적으로 수비하는 작전 시뮬레이션이 담겨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이 같은 대표팀의 훈련 프로그램은 매 대회마다 백 감독이 직접 만들어 선수들에게 배포한다. 아이스하키 강국 캐나다 교포 출신인 백 감독은 NHL 피츠버그 펭귄스의 수비수로 활약하며 1991과 1992년 두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레전드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반영한 백 감독의 ‘비밀노트’는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현재 대표팀 특유의 ‘토털 하키’를 만든 토대가 됐다. 백 감독은 “한국은 유럽팀에 비해 개인 기량과 체격이 열세다. 선수들이 실전에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면 기본기와 더불어 여러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표팀은 2015년 4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디비전 1그룹 B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는데 백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이 주효했다. 당시 대표팀은 스피드를 활용한 빠른 공격 전환과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4승1패(승점 12)를 거뒀다. 그간 다져온 기본기와 더불어 백 감독의 숱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연습한 협력 플레이가 빛을 발한 것이다.
삿포로 동계안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선수들이 15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특히 대표팀은 여느 강팀에 뒤지지 않는 견고한 수비가 강점으로 꼽힌다. 백 감독은 조직적인 수비와 밀착 마크를 강조한다. 상대의 첫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날리는 것)가 나왔을 때 빠르게 상대에게 밀착해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상대 공격 시에는 퍽의 진행 방향을 읽은 뒤 모든 구역(수비-중립-공격)에서 필드 플레이어 5명 전원이 플레이에 가담하는 5-5-5 전략은 대표팀이 자랑하는 ‘벌떼 수비’의 백미다.

중립지역에선 빠르게 주도권을 쥔 뒤 공격 태세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스틱 포지션 싸움이 중요하다. 스틱 포지션이란 상대가 퍽을 소유하고 있을 때 스틱 위치를 의도적으로 퍽 방향에 놓는 것을 말한다. 스틱 포지션은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대비하면서도 퍽을 잡았을 때 빠른 역습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공격지역에선 퍽을 최대한 여유 있게 다루면서 문전 혼전 상황을 틈타 확실한 골 찬스를 노리는 것이 포인트다.
백지선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감독이 15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양=서상배 선임기자
이 외에도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 퍼스트’를 주문한다. 백지선호는 전체 23명 중 5명이 캐나다, 미국 등 아이스하키 강국 출신의 귀화 선수다. 백 감독 취임 시기에 맞춰 한국에 들어온 이들은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며 빙판을 거침없이 누비고 있다. 그러나 귀화 선수는 애초에 한국 국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대표팀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백 감독은 ‘우리는 피를 나눈 가족처럼 진한 사이’라는 의식을 팀원들이 공유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송홍선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백 감독이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적합한 전술을 만들었다. 특정 팀을 상대하는 전략이 아니라 응용도가 높은 기본기를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고 분석했다.

최근 골리(골키퍼) 맷 달튼(31·안양 한라)이 합류하면서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에 청신호를 켠 한국(세계랭킹 23위)은 오는 22일 오후 3시30분 카자흐스탄(16위)과 첫 경기를 치른다. 24일 오후 7시에는 일본(21위)과 맞붙고 26일 오전 9시에는 약체 중국(37위)을 상대한다.

고양=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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