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물려받았다" 트럼프, 분노와 호통의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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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알렉산더 아코스타 플로리다국제대(FIU) 법학대학장을 노동장관 후보로 지명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전날 노동장관 후보자로 상원의 인준 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임한 앤드루 퍼즈더의 공백을 전광석화처럼 메우는 조치였다. 아코스타는 소수계를 별로 배려하지 않은 트럼프 정부 최초의 히스패닉 출신 각료 내정자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코스타 내정자를 가리켜 “세 차례 상원의 인준을 받은 이력을 지녔다”며 “훌륭한 노동장관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코스타 내정자에 대한 짧은 설명을 마친 뒤 정부 출범 이후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스스로 기자회견의 방향을 틀었다. 즉흥적으로까지 보이는 질의응답 시간을 75분간 동안 가진 것이다.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정혼란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집권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의 효력 중지 결정이 내려진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유착’ 의혹 등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도 두둔했다. 플린의 잘못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질의응답 시간은 주장과 비난이 난무하는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주요 공격 대상은 언론이었다. 적의를 드러낸 대상은 평소 비판했던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는 물론 보수언론사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까지 망라됐다. 그는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며 이들 매체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에 나선 CNN의 기자를 향해선 “CNN에 출연하는 패널은 모두 반트럼프 성향”이라고 공격했으며, BBC방송의 존 소펠 기자가 질문 전에 신분을 밝히자 “여기 미인 한 명 또 납셨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여기자가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흑인·히스패닉 의원 모임도 참여시킬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들이 당신의 친구냐.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폭스뉴스와 CNN 등은 인종차별성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언론에 공격의 날을 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묻지도 않은 대선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스스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선거인단 수에서 가장 큰 격차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주장이라는 지적을 받자 “누가 그리 알려줬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또 ‘난장판(mess)을 물려받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물고넘어졌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새서는 TV토론을 앞두고 사전 질문을 받았지만 언론이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난장판’이라는 표현만 네 차례 언급했으며, ‘힐러리’라는 이름도 11번에 걸쳐 끄집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의 정부는) 잘 조율된 기계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낸 대통령은 유례가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 WP가 트럼프 대통령이 난장판을 물렸다며 분노가득한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보도하는 등 이날 소식을 전한 미 언론은 일제히 ‘경악, 대통령이 아닌 후보자의 모습, 언론과 전 정부에 모든 책임 돌리기’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악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사진 =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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