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 만난 세상] 담배 경고그림에 대한 단상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입력 : 2017-02-18 15:00:00 수정 : 2017-04-11 13:19: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힘든 시절 내 가슴속을 들락날락했던 건 담배밖에 없었다.”

소문난 애연가인 영화배우 최민식(55)씨는 여러 인터뷰서 이른바 ‘담배 예찬론’을 펴며 이같이 말했다. 흡연량이 하루 2~3갑인 그는 무인도에 단 하나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주저 않고 담배를 택하겠다고 했다. 최씨만큼은 아니지만 기자는 흡연 8년차로 하루 1갑을 피워대는 ‘골초’에 속한다. 격무에 시달릴 때마다 줄곧 담배를 찾기에 “담배가 애인 같다”는 최씨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병수 체육부 기자

그러나 대부분의 흡연자처럼 나 역시도 새해가 되면 신년 목표로 금연을 첫 머리에 놓는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던가. 올해는 최근 도입된 ‘담배 경고그림 삽입’을 놓고 금연을 다짐했다. 그런데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경고그림을 보고 있으면 영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정부의 금연정책이 금연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 세수 확보를 위한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의혹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금연정책들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2015년 1월 당시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됐지만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판매량은 약 729억개비로 전년도 667억개비보다 9.3% 증가했다. 이 때문에 담배 세수는 지난해 12조원으로 인상 전 6조9000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다. 금연구역 확대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건물 앞 간이흡연장과 길거리 흡연 등으로 빚어지는 간접흡연 피해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고그림 삽입 정책은 세계 10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비가격 금연정책이지만 효과가 영 신통치 않은 것으로도 널리 검증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경고그림 부착만으로 흡연율이 최대 4.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의 금연정책이 실패했음에도 정부의 이런 근거 없는 낙관에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국과 담배 가격이 가장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440엔·약 4460원)의 경우 지난해 흡연율이 18.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니코틴 껌 등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도록 장려해 금연보조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 정부 주도로 일본에서 개발된 일부 금연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원 단위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기존 정책을 답습하기보다는 시대의 트렌드를 잘 읽어낸 대책을 내놓아야 금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국 254개 보건소에서 운영되는 ‘금연 클리닉’을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를 금연패치 ‘바우처 제도’를 실시해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자는 정부의 안일한 금연정책을 핑계로 오늘도 담배를 피워 물며 금연을 미뤘다. 금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본인의 의지라지만 정부가 도통 금연 의지를 북돋지 않으니 별수 없지 않은가. 핑계로 담배를 놓지 않는 나 같은 흡연자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금연정책 개선이 꼭 이뤄지길 바라본다.

 안병수 체육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