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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애호국 코스타리카가 중남미 한국학 확산 허브 되겠다”

입력 : 2017-02-18 03:00:00 수정 : 2017-02-20 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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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 헨센 페닝톤 국립코스타리카대학교 총장 ◆ 1949년 ‘군대 폐지’ 결단

“코스타리카는 1949년 군대를 폐지함으로써 교육·보건·사회복지·문화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에너지·통신과 같은 전략적 산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대 폐지는 코스타리카 안팎의 여러 갈등을 전쟁이 아닌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실현한 것이고, 이는 문화적으로도 민주주의를 보다 심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70년이 흐른 지금 코스타리카 국민은 이 결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카리브해 인근 인구 500만 명의 평화애호국 코스타리카의 에닝 헨센 페닝톤(Henning Jensen Pennington·67) 국립코스타리카대학교 총장의 방한 일성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코스타리카대 교수로 활동해온 헨센 총장은 2012년 총장으로 취임했고, 2016년 12월 중남미 대학연합체인 UDUAL(Union de Universidades de America Latina y Caribe)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번에 고려대 서강대 부산대 등 국내 대학들과의 학술 교류를 위해 방한했다는 그는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 2013년 중미 첫 한국학 개설

중미 국가 최초로 한국학과를 설치하는 등 한국학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에닝 헨센 페닝톤 국립코스타리카대학교 총장.
“2013년 7월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 교수직(CECEA)을 설치하고 한국학 관련 강좌 개설, 학술·문화행사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국 대학들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해외한국학 지원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번 방문도 저희와 교류를 해온 대학과 새로 교류를 시작할 대학들을 방문해서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10월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당시 한국 정부와 논의된 사업 중 학술부문의 협력, 특히 코스타리카에서 한국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었지요. 이번 방문은 당시 논의를 대학 차원에서 한 걸음 더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헨센 총장은 한국학과 설치 과정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대부분의 역내 대학이 동아시아학 중에서 중국학을 가장 비중있게 다루고 그 다음 일본학, 그리고 나서 구색 맞추듯이 한국학을 도입하는데 비해 코스타리카대는 한국학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해서 동아시아학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코스타리카대는 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대학 자체의 기획과 예산으로 한국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최현덕 박사가 1호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 두 나라 역사적 아픔 공유

“우리 대학은 한국학을 시작으로 동아시아학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우리는 작은 나라로서 식민지라는 역사적 아픈 경험을 가진 한국이라는 나라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경제·사회·정치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것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코스타리카로서는 가장 주목하는 대화 협력 파트너라 생각합니다. 설립 후 약 3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간 한국어·한국사·한국사회·한국정치·한국 춤·동아시아 철학 등 한국학 관련 강좌 40여 개를 개설하여 연인원 약 600명이 수강했으며, 매학기 100∼200명이 한국학 관련 수업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강연회·심포지엄 등 크고 작은 학술행사를 22차례 했고, 판소리·사물놀이·영화·굿 공연 등 수백명이 관람하는 문화행사도 매년 개최해 왔습니다. 수십명에 달하는 양국 학생들과 교수들이 서로를 방문하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CECEA는 이제 코스타리카에서, 한국을 점점 더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고맙고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류 마니아이기도 한 헨센 총장은 이창동·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황석영 작가의 소설을 감명 깊에 보았다며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과 코스타리카가 ‘과거와의 씨름’을 통해 정의로운 미래를 갈망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영상으로 재현하는 방식에 빠져 들었다”고 말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한국 웹툰에도 관심을 보였다.

◆ K-팝, 드라마 등 한류 붐 대단

“그간 한국의 역할이 전 세계 속에서 급부상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고 또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젊은층의 경우 K-팝과 같은 한류에 열광하기도 하고요. 지난해 한국대사관에서 주최한 코스타리카 K-팝 페스티벌에 참여한 팀이 약 40개에 달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 대한 관심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한국 경제와 과학기술에도 큰 관심이 있습니다. 또한 정치·사회적 발전에 대한 관심도 많습니다. 한국은 이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지요. 한국에서 유학 하면서 여러 분야에 걸친 한국의 발전 동력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도 꽤 많습니다. 한류는 여러모로 코스타리카의 문화와 지식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한국학과가 지금은 학부에만 개설 돼 있지만 향후 대학원 과정에도 개설해 코스타리카가 중남미 한국학 확산에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코스타리카에 살고 있는 한인 수는 약 500명 정도 된다. 특히 국립코스타리카대에 한국학과가 생기면서 한국에서 가는 교환학생이 많이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36명이 다녀왔다. 또한 유엔평화대학도 매년 10여 명의 한국 학생들이 1년씩 유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코스타리카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고민할 정도로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도시화에 따른 빈곤과 환경 문제와 부익부빈익빈 등 양극화 현상도 함께 겪고 있다.

◆ 한반도 분단 트라우마 치유 필요

끝으로, 민족이 분단 돼 있어 통일을 추구하는 한반도에 심리학자로서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조언을 할 만큼 제가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못합니다. 단지 제가 받은 단편적일 수도 있는 인상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한국의 분단이 한국 민족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안겨주었고, 또한 트라우마를 계속 재생산 해 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로 느껴지는데, 이 아픔과 고통을 덮어두지 말고, 드러내어 직시하면서 다루어서 조금이나마 치유의 길로 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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