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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 "'재심' 변호사, 비호감 아닌 속물이길 바랐다"

입력 : 2017-02-19 13:01:00 수정 : 2017-02-19 17: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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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기우였다. '재심' 개봉 전 만난 정우는 "무거운 영화라고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고 고민을 드러냈지만,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재심'은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 분)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 분)가 진실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 

극중 준영은 속물 변호사에서 현우의 재심 사건을 계기로 따뜻한 인간미를 되찾는 캐릭터. 준영은 유명해지려고 1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현우의 재심 청구에 나섰다가 점차 현우의 무죄를 확신하게 되면서 진심을 다해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정우는 "영화 캐릭터가 아닌 일상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이길 바랐다"고 연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그는 정우를 어떤 관점에서 연기했을까. 정우의 대답은 이랬다.

"조금씩 변해가야 사실적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그려내려고 했다. 우리는 대부분 빈틈이 있고,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모습도 보이며 산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관객에게 너무 밉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점차 정의롭고 바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좀더 와 닿지 않을까 싶었다.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이 연민이나 공감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재심'은 최근까지 뜨거운 화제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 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린 최모(당시 16세)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2010년 만기 출소했으나 최근 재심을 통해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씨에게 새겨질 뻔한 '주홍글씨'를 지운 이는 끈질기게 재심에 매달린 박준영 변호사다.   

정우는 촬영 전 박 변호사를 만났는데, "영화 속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만남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실화 주인공을 만났는데, '사람들이 거룩하고 훌륭한 변호사라고 하지만, 나를 위해 일한 것'이라고 하는 말이 와 닿았다. 그래서 더 멋있다고 느꼈다. 처음부터 정의로운 의도를 가지고 도왔다면 현실적이지 않잖나. 변호사님이 재심에 나서게 된 첫 의도가 영화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있구나 공감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 속에 정의가 살아 숨쉬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우는 촬영 중 시시각각 준영의 감정 변화를 느낀 경험도 소개했다. 

"작품할 때마다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재심'은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컸다. (극중에서) 하루하루 현우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간 것처럼 촬영해가면서 그런 마음이 깊어져 갔다. 촬영 중간 시나리오를 전체적으로 봐도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 종종 그런 감정을 받았다." 

정우는 영화 '쎄시봉'과 tvN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만난 강하늘과 또다시 뭉쳤다. 절친한 강하늘과 세 번째 만남은 무엇이 달랐을까.  

"'뭐가 달랐지'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했다. 이번에 하늘이와 함께하면서 확신을 갖고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많이 본 듯하다. 상대 배우가 불안감을 가지면 저한테도 전이되는데, 그런 감정을 못 느꼈다. 하늘이와는 서로 일상적인 농담을 나누면서 지낸다. 촬영에 들어가면 긴장되게 마련인데, 부드러운 현장의 공기가 만들어져야 편안한 호흡이 관객에도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정우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며 "이번 작품은 소재 자체가 민감하다 보니 투자해주신 분들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흥행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재심'이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그려낸 '톤'은 결코 무겁지 않다며 다시 한번 애정을 드러냈다. 

"소재 자체가 무겁다 보니 영화 자체가 무거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유쾌하게 시작하는 영화이다. 변호사 준영의 시선에서 유쾌하게 시작해 현우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긴장감을 주고, 그렇게 긴장감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감동과 울림, 따뜻함이 묻어나는 영화로 느낄 것 같다. 잔잔하게 보는 분들도 있고, 롤러코스터 타듯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무겁게 가라앉은 영화라는 생각은 오해이다."

정우는 오랜 무명기간을 거쳐 30살을 맞은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할로 인기를 얻은 뒤 영화 '쎄시봉'과 '히말라야' 등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우는 가족과 친구의 응원으로 기약 없는 무명을 견뎠다고 토로했다.  

"가족 그리고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친구들 덕에 연기를 이어왔다. 겉으론 투박해도 개봉하면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친구들 덕에 버텨낼 수 있었다. 저한테는 갖은 욕을 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응원의 마음이 전해진다. 주변에 제 영화를 추천하고, 제가 친구라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오랜 무명을 버틸 수 있었다." 

정우는 앞으로 서두르지 않고 배우로서 내실을 신중하게 다져갈 생각이다. 

"선택과 집중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 작품마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생각하는 스타일이나 방식이 달라지긴 하지만, 조금 천천히 걷더라도 단단하게 가고 싶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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