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한항공이 올 시즌 왕좌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팀당 30경기를 치르며 5라운드를 마친 현재 22승8패 승점 64점으로 1위 독주체재를 사실상 구축했다. 5라운드에서만 5승1패의 고공비행을 하며 2위 현대캐피탈과의 승점차를 11점차로 벌렸다.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한국전력 등 선두경쟁을 하던 라이벌들을 연파한 결과다.
당초 본격적으로 선두로 치고 나왔던 4라운드 중반까지도 과연 대한항공이 선두 수성을 굳건히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좋은 전력을 구축하고서도 늘 정상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어왔기 때문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도 지난달 12일 4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경기를 마친 후 우승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우승할 수 있는 DNA가 1% 모자르다. 그 1%가 완성만 된다면 어느 팀이 도전해와도 어려운 게 없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러나 험난했던 5라운드를 헤쳐나온 후 박기원 감독과 선수단 전체가 완전히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매 경기 안정적 운영으로 좀처럼 지지 않는 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33)의 안정적인 토스웍, 국가대표 공격수 김학민(34), 신영수(35), 곽승석(29), 정지석(22) 등이 포진한 두꺼운 선수층 등 기존 강점에 라이벌들을 연파하며 만들어진 자신감이 팀의 부족했던 ‘1%’를 채워넣은 모양새다.
정상 등극이 눈앞에 오면서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먼저 솔선수범하는 분위기도 완전히 자리잡았다. 박기원 감독은 최근 자신의 팀에 대해 “꼴찌하는 팀 중간 만드는 건 쉬워도 2등 1등 만드는 건 쉽지 않은데 애들이 잘 따라와준다”면서 “감독하기 편한 팀이다. 내가 몇 가지만 정리해주면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해준다”고 평했다.
이 분위기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무엇보다 팀의 리더 김학민이다.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외국인선수 미차 가스파리니(33)와 함께 팀의 주포로 활약하며, 정상 등극을 앞두고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팀 분위기까지 다잡아나가고 있다. 김학민은 지난 16일 5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3-0으로 완파한 후 인터뷰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모든 선수들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절대 집중력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만년 조연’ 대한항공이 올 시즌 V리그의 주연으로 마침내 등극하게 될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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