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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삶의 마지막 앞둔 아이의 안식처로 20여년…"트럼프가 봐야" 찬사 쇄도

입력 : 2017-02-20 14:31:05 수정 : 2017-02-20 21: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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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출신 60대 남성이 생(生)의 마지막을 앞둔 아이들의 보호자로 20년 넘게 봉사한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뜻을 같이했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는 홀로 아이들을 보살펴왔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LA에 사는 모하메드 비직(62)은 대학생이던 1978년 조국 리비아를 떠나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곳에서 그는 1989년부터 버려진 아이를 보살피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10명이 모하메드의 품을 떠나 '하늘의 천사'가 된 뒤에도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모하메드는 아내 다운의 뜻을 따라 죽어가는 아이들과 연을 맺게 됐다. 다운은 조부모 영향으로 양어머니 봉사를 해오던 중 지인 소개로 남편을 알게 됐다.

 

1978년 리비아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모하메드 비직(62)은 20년 넘게 생(生)의 마지막을 앞둔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주고 있다. 뜻을 같이했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홀로 아이를 보살펴왔다. 모하메드의 큼지막한 손(오른쪽)이 가녀린 아이 손을 넌지시 쥐고 있다. 미국 LA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이 부부가 처음부터 죽어가는 아이를 보살핀 건 아니었다. 자궁에 문제가 있는 여자아이를 맡아 기르던 중 1991년 하늘로 떠나 보낸 부부는 버려지고 아픈 아이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기로 결심했다.

부부가 맡았던 한 남자아이는 짧은창자증후군(short-gut syndrome)을 앓았다. 소장의 50% 이상을 잃어 흡수 장애와 영양 실조를 일으키는 병이다. 모하메드는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식사시간이면 늘 식탁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던 아이는 160회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8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모하메드가 현재 보살피는 여자아이는 뇌류 증세를 보인다. 뇌탈출증으로도 불리는 병으로, 두개골 일부가 열려 뇌나 수막 일부분이 외부로 빠져나와 신체·정신적인 발달이 지연되는 질환이다. 이 아이는 앞을 볼 수 없으며, 소리도 거의 못 듣는다. 모하메드는 항상 품에 안고 마음을 달래주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아이가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며 “피부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안아주고 어루만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소녀를 만났던 의사들은 일찌감치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망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게 2살 때였는데, 현재 아이는 6살이니 모하메드의 사랑 덕분에 4년을 더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8년 리비아를 떠나 미국에 온 모하메드 비직(62)은 20년 넘게 생(生)의 마지막을 앞둔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주고 있다. 뜻을 같이했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홀로 아이를 보살펴왔다. 모하메드가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미국 LA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LA의 한 어린이병원 소아과에 근무하는 수잔느 로버츠 박사는 모하메드가 아니라면 이들 아이를 보살필 이는 없다고 단언한다. 로버츠 박사는 “누군가 우리에게 와 ‘아이를 부탁합니다’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이라며 “그게 바로 모하메드”라고 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게 모하메드라고 로버츠 박사는 강조한다.

모하메드는 1997년에 태어나 왜소증을 앓는 아들 아담을 두고 있다. 남들과 신체적 조건이 다른 탓에 쉽게 낙담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같이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담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살아서 마주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며, 거기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담은 지금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다.

모하메드의 기사가 나가고 사흘 후 LA타임스에는 그의 사연에 감동했다는 독자들의 칭찬글이 쇄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실 비치(Seal Beach)에 산다고 밝힌 캐시 골드버그는 “감동적인 기사를 전해줘 정말 고맙다”며 “반(反) 이민 정책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읽어보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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