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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 대사관 관계자 "어디서 삽살개가… 야! 가라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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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0 15:07:29 수정 : 2017-02-20 18: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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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가라우 가!”

김정남 피살 사건 일주일. 북한 국적으로 확인된 용의자 6명이 수면 위로 드러난 19일(이하 현지 시간) 북한 대사관이 기자에게 반말로 소리를 치며 극도로 예민한 표정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날은 말레이시아 경찰은 당초 알려진 북한 국적 추정 용의자 4명보다 더 많은 북한 국적인의 용의자 신상을 깜짝 발표한 날이었다. 세계 각지 언론이 쿠알라룸푸르 부킷다만사라 주택가 지역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앞으로 가 북한 입장을 기다렸다. 북한은 공식입장 없이 침묵했다. 북한 대사관은 여느 때처럼 오후 9시쯤 대사관 불을 껐다. 기자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세계가 북한을 주목한 하루.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 그날 밤 고스란히 표출됐다.

사방에 불이 꺼져 깜깜했던 이날 오후 10시 50분쯤 북한 대사관에 대사관 소속 차량임을 표시하는 빨간 번호판을 단 은색 승합차가 대사관 경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격됐다. 홀로 있던 세계일보 기자가 “들어가시는 것이냐”고 묻자 차 안에 있던 두 남성 중 한 명이 경계하듯 차 뒤쪽으로 힐끗 돌아보는 모습이 보였다.

불을 끄고 고요하게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 기자들을 따돌린 뒤, 어둠이 깔린 밤에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가는 듯 했다.

차량은 경내로 진입한 뒤 대사관 정원을 지나 대사관 건물 정문 앞에 차를 세웠다. 두 남성이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었다. “한 말씀만 해달라”라는 기자의 외침에 두 남성 중 한 남성이 “야! 뭐데!”라고 반말로 소리를 쳤다.

대사관저 밖에서 기자가 “한국에서 온 기자인데 한말씀만 부탁드린다”고 외치자 그는 “야! 가라우! 가!”라며 계속 반말로 화를 내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을 맞으려는 듯 대사관 건물 1층 정문이 빼꼼히 열렸다. 문 사이로 빛이 새어나왔다. 

그사이 직급이 더 낮아보이는 직원 중 한명이 승합차의 트렁크를 열고 짐을 하나 내렸다. 짐을 하나 내리고 안으로 그들이 들어갈 때까지 직급이 더 높아보이는 남성은 계속 고압적으로 소리치며 기자가 있는 쪽을 위압적으로 노려보는 듯했다. “어디 삽살개(가)...”라며 비난을 하다가 “가! 얼른!”이라고 거듭 외쳤다.

기자가 “왜 반말을 하시냐”고 하자 비난을 계속하는 듯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하실 말씀이 전혀 없으시냐” 거듭 묻자 짐을 내렸던 직원이 안으로 들어가며 “없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이 북한 용의자 6명의 신상을 공개한 19일 오후 10시 30분 쯤 하루종일 침묵을 지킨 북한 대사관의 불이 꺼져 있다.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이런 모습은 이전까지 보인 태도와는 대조됐다. 신경질적인 반응은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처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간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라는 강도높은 의혹과 압박을 받아왔음에도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철저하게 침묵하며 겉으로는 이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맞닥들인 직원들은 보통 입을 굳게 다문 채 손을 한 차례 저어 신사적으로 대답 거부 표시만 하고 갈길을 갔다. 극도로 절제된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다.

이날 이례적인 예민한 반응은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대사관은 그간 김정남 신원 확인, 부검 참관 요구, 시신인도 요구 등에서 국제법과 영사법상 권리를 강조하며 외교적 해결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사실상 이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17일 돌발 회견으로 강수를 둬 보기도 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의 1차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북한 용의자들의 신상을 모두 공식 발표한 것을 보면,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쿠알라룸푸르=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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