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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기울어진 운동장' vs 하영구 '종합운동장'

입력 : 2017-02-20 15:45:42 수정 : 2017-02-20 15: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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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업 개정 놓고 금투협-은행연 '기싸움' 치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금융당국의 신탁업 개정을 앞두고 증권업계와 은행업권의 기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신탁업의 별도 제정 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업권은 금융권 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편의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영기 금투협회 회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증권사는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거나, 해외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왔다"며 "우리 규제는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킬 수 없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법인 대상 지급결제 업무와 외국환 업무를 꼽았다.

현재 법인은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하거나 직원 월급 또는 물품 대금도 지급할 수 없다. 또 증권사에서는 외화이체와 일반환전이 안 되고 은행 간 외화 대출시장에도 참여할 수 없다.

그는 신탁업 별도 제정 논의를 두고는 은행의 금융투자업체 밥그릇 빼앗기라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농사꾼(은행업)과 사냥꾼(운용업)이 교역을 통해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농사꾼이 수렵에 나서고 사냥꾼이 농경을 위해 정착하는 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탁업법 분리 움직임으로 은행이 집합투자업에 진출한다면 전업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투업계는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하려는 취지에는 은행이 신탁업을 통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애초 신탁업법은 별도로 제정돼 적용되고 있었으나 2009년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다.

반면 은행권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면 금융업의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은행·증권·보험업을 넘나드는 '통섭'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종합운동장론'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종합운동장에서 경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전업주의가 아니라 겸업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업주의란 은행, 증권, 보험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라는 것이다. 은행은 축구장에서, 증권은 농구장에서, 보험은 배구장에서 각각 경기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운동장이 다른 것이지 운동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증권업에) 지급결제, 환전 업무를 허용 안 하는 것에 대해서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하는 건 농구를 하는 팀이 발뿐만 아니라 손도 쓰면서 축구경기에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축구경기를 할 때 손쓰는 걸 허용 안 해줘서 운동장이 기울었다고 하는 격"이라고 곁들였다.

그는 이처럼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금융권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겸업주의를 하면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어서 편리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또 금투업계가 겸업주의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적 구조조정의 책임을 정책당국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과 경쟁하기 어려운 건 증권사가 그간 과도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증권회사도 3년 사이에 업권의 13%에 해당하는 5천여명의 인원이 일자리를 떠났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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