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TV 속의 주인공들이 누군가와의 멋진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은 단지 사람속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 주변의 기술과 기술들 사이에서도 멋진 만남들로 인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켜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
최근 국내 에너지분야는 정보통신과 전력기술의 만남을 통한 전력분야의 스마트화를 시작으로 급격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제 집에서 발전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기차 충전도 하고 전기차에서 사용하다 남은 전기는 필요한 이웃과 거래도 하게 되면서, 스마트카를 비롯한 스마트에너지분야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삼기 위한 통신3사들의 사업화 경쟁도 본격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분야의 변화가 현실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기술과 다양한 분야가 서로 만나 기존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지식의 통섭’이 필요하다. ‘통섭’이란 ‘사물에 널리 통한다’라는 의미로서 우리 전문가들에게 쉽게 빠지기 쉬운 ‘지식의 저주’를 피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의 저주’라는 것은 ‘사람이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로서 새로운 지식과의 소통에 큰 장애로 인해 자신만의 과거 지식에 갇혀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에너지기술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 기술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야말로 에너지산업이 미래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할 신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열쇠임을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산업은 과거 우리나라 성장기 기반산업으로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제 밀려오는 변화의 물결을 또다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통섭의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역할과 책임이 절실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의 영향으로 작금의 에너지정책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향후 불어닥칠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에너지분야 전문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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