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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교통사고 사망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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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1 01:01:17 수정 : 2017-04-11 13: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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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뒤 버스를 타고 광화문 쪽으로 오는 길.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적색 신호에서 대기하다 출발하려던 순간, 중앙차선 반대편에서 역주행해 달려온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이쪽 중앙차선을 넘어 편도 4차선을 횡으로 가로질러 사라졌다. 버스 차선과 일반 차선에서 대기하던 차들이 막 출발한 터라 오토바이가 조금만 늦었거나, 자동차 중 한대라도 1초라도 빨리 출발했다면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광경이었다.

정부가 2021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796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확정한 제8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7∼2021년)의 목표치다. 그런데 도심 곳곳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차선을 넘나들며 활개치는 이런 오토바이를 보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4294명(잠정치)이다. 여기서 5년 안에 1498명의 사망자를 줄여야 하고, 평균 매년 300여명, 대략 하루에 1명씩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성패의 관건은 도로다. 도로 부문은 항공과 해양, 철도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은 도로 교통사고에 관한 한 확실한 ‘후진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6년 도로교통 안전 연례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전체 32개국 중 4위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3위다.

자동차 안전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도로 인프라도 점점 좋아진다. 그런데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은 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차량의 운전대를 잡은 사람, 또 그 차를 대하는 사람의 문제, 즉 ‘휴먼 에러’ 때문이다. 교통 안전을 저해하는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다양한 해법도 필요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 의식 개조다. 차선과 신호, 제한속도는 누가 보지 않아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운전자·보행자의 의무임을 뇌리에 심어야 한다. 더불어 탈법·범법 운행 등에 대한 페널티도 강화해야 한다. 생계형이니, 안타까운 사고니 하는 등등의 온정주의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해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했다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제한속도에서 초과한 속도가 너무 높았다. 단순 과속보다 2배의 가중처벌을 받는 수준이었다. 단속에 걸린 곳이 또 공사구간이었다. 공사구간에서 과속하면 처벌이 또 2배다. 법원 소환장을 받았다. 변호사를 고용해야 했고, 구속은 면했지만 법원은 변호사 비용만큼의 벌금을 부과했다. 보험회사는 또 변호사 비용만큼의 보험료를 인상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과속이나 신호 위반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참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가르침이었다.

페널티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유난히 핸들만 잡으면 난폭해지고 조급해지는 한국인에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냐가 교통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교통 사고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100% 인재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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