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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누르자 ‘스르르’… 교통흐름 맞춰 주행·추월 자유자재

입력 : 2017-02-21 20:51:51 수정 : 2017-02-22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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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시 운행 허가 13대 중 5대 보유
무단 횡단자 등 발견 땐 서행·우회 판단
상대 차량 인식 교차로 정확하게 진입
악천후·돌발상황 극복 위해 연구 매진
센서기술 고도화 핵심… 3년내 4단계 보급
햇살이 제법 따뜻했던 지난 15일 경기 의왕시 ‘현대기아차 중앙연구소’ 정문.

현대기아차가 한창 고도화 작업 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쏘울 전기차’가 미끄러져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국내 임시 운행을 허가한 13대 중 한 대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면허차량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문을 열자 연구용임을 실감했다. 트렁크는 전자제어장치, 컨버터, 배터리 등으로 가득했고 조수석 대시보드에 설치된 모니터엔 도로, 차량 등을 수치, 선, 도형으로 나타낸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흡사 전투기 레이더를 보는 듯한 느낌.

이날 쏘울은 연구소 인근 영동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 전개 과정 중 3단계인 ‘통합 능동제어’를 선보였다(미국자동차공학회·SAE 분류).

“시작하겠습니다.”

이태석 책임연구원이 핸들 우측 ‘크루즈’ 버튼을 누르자 변속 충격 같은 응답이 살짝 전해졌다. “목표는 시속 100㎞입니다.” 이 책임은 ‘+’ 버튼을 몇 번 조작하고는 핸들을 놓았다. 창밖 도로는 화물트럭들로 가득했다. ‘이거 괜찮은가….’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가·감속을 반복하던 쏘울이 별안간 왼편으로 치고 나갔다. 목표로 한 속력과 흐름이 맞지 않자 1차로 상황을 확인한 뒤 곧장 추월에 들어간 것이다. 이어 2차로에 제법 적당한 공간이 눈에 들어올 즈음 쏘울은 여지없이 우측 깜빡이를 점등하고는 복귀했다. “다 알아서 하네요?”라고 하자, 이 책임은 “본선 주행은 문제가 없다”며 “진출입로 등은 아직 사람이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천후, 돌발 상황 극복 중”

오후엔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로 옮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경험했다. 쏘울이 3단계 실전 기술 완성에 여념이 없었다면, 아이오닉은 연구소 안에서 4단계 주행을 시현했다. 김진학 책임연구원은 “정해진 코스이지만 목적지만 입력하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횡단보도, 과속방지턱 등 시설물은 물론 교차로에서 상대 차량들을 인식해 진입 시점을 정확히 판단했다. 또한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람, 정차 중인 차량 등이 계속 등장했는데 서행, 우회하는 판단을 해냈다. 김 책임은 “현대엠앤소프트 제작 정밀지도까지 적용했다”며 “오차는 30㎝ 이내”라고 말했다.

이런 첨단 기술이 뚝딱 이뤄질 리는 없다. 김 책임은 “악천후, 야간, 역광, 터널, 고가도로 밑, 돌발 등 극한 상황을 99.9% 이상, 100%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테슬라가 자율주행 도중 봄 하늘과 흰색 트레일러 옆면을 구분하지 못해 들이받은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시험주행, 실주행을 거듭하고 데이터 축적, 보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비 내리는 밤, 눈길, 터널 진출입 순간 등엔 차선 분간이 어렵지 않으냐. 기계도 마찬가지다”며 “향후 차량 간 커넥티드 등 기술적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차는 3, 4단계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업체들도 이 수준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츠, BMW가 앞서긴 하지만 도드라지진 않는다”면서 “현대차도 정의선 부회장 덕에 늦지 않게 뛰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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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자율주행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2030년 5단계 상용화” 목표

‘자율주행차’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타는 것이 목적이다. 국방분야 등에서 보는 무인차와는 개념이 다르다. 기술적으로 크게 △인지 △판단 △제어 세 분야로 구성된다. 카메라, 라이다(레이저 레이더) 등 센서를 통해 상황(눈)을 인식하고, 전자제어시스템(ECU) 등에서 정보를 판단(두뇌)한 뒤 가감속, 조향, 제동 등으로 차량을 제어(혈관·근육·신경)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센서 기술의 고도화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다. 또한 돌발 상황에서 조향, 제동 장치 등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진정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현대차는 2010년 ‘투싼ix’를 자율주행차로 처음 선보였다. 당시 투싼ix는 검문소, 횡당보도, 사고구간 등 9개 미션으로 구성된 4㎞ 시험주행에 성공해 국내에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작을 알렸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4단계, 2030년에는 5단계 상용화가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전담할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했고 세계적 전문가인 GM 출신 이진우 박사를 영입해 센터장(상무)을 맡겼다. 이진우 상무는 최근 “단순 자율주행차 개발을 넘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표준화에 현대차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의왕·화성=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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