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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 책읽기 세상읽기] (8) ‘장자’ - 나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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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2 10:00:00 수정 : 2017-02-21 23: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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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장자(莊子)의 이름은 장주(莊周)다. 그가 남긴 책 ‘장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도가 사상의 근간을 이룬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장자는 몽(蒙) 지방 사람으로 한때 그곳의 옻나무밭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적이 있는데, 학문이 넓어 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한다. 초나라 위왕이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하자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노닐며 즐길지언정 나라를 가진 제후들에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장자’는 동양철학을 대표하는 고전의 하나이면서도 읽기가 수월하다. 이야기 형식으로 이뤄진 데다 시적 상상력까지 담겨 있다. 사마천은 “장자는 빼어난 문장으로 세상일과 인간의 마음을 살피고 이에 어울리는 비유를 들어 유가와 묵가를 공격했다”고 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장자에 대해 “동아시아에서 가장 심오한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산문작가였다”고 평가한다.

‘장자’는 우화의 보고로 잘 알려져 있다. 신화 속 동물이나 가상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나비의 꿈’, ‘우물 안 개구리’ 등 수많은 우화가 있고, 조삼모사(朝三暮四), 와각지쟁(蝸角之爭) 등 숱한 고사성어를 낳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상식을 뒤집고 허위를 들춰낸다.

종교학자 오강남은 ‘장자’에 대해 “‘일깨움(evocativeness)’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라며 “우리 얼굴을 씻어 주고 단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거울을 들어 주는 셈”이라고 했다. ‘장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지인(至人)의 마음씀은 거울과 같아 일부러 보내지도 않고 일부러 맞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대로 응할 뿐 갈무리해 두려 하지도 않는다.”

오늘날 전해지는 ‘장자’는 도가 사상의 전성기였던 4세기 무렵에 편집된 것이다. 내편(內篇) 7편, 외편(外篇) 15편, 잡편(雜篇) 11편 등 모두 33편으로 이뤄져 있다. 그 핵심은 ‘소요유(逍遙遊)’와 ‘제물론(齊物論)’을 비롯한 내편 7편에 담겨 있다. 후대 학자들은 ‘장자’ 33편 중 장자가 직접 쓴 것은 내편 7편 뿐이고 나머지는 후학의 저술로 추정한다.

1편 ‘소요유’는 이렇게 시작한다.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했다.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붕(鵬)이라고 했다. 그 등 길이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다.”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붕을 보고 웃으면서 “우리는 한껏 날아 보아야 겨우 느릅나무나 다목나무에 이를 뿐”이라고 한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 아는 것으로 많이 아는 것을 헤아릴 수 없고, 짧은 삶으로 긴 삶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므로 지인은 자신에 집착하지 않으며, 신인(神人)은 공적에 무관하고, 성인(聖人)은 명예를 탐내지 않는다.” 지인, 신인, 성인은 자아, 공로, 명예의 굴레에서 완전히 풀려난 사람들이다.

‘제물론’에 ‘나비의 꿈’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어 “장주와 나비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을 ‘물화(物化)’라고 한다고 했다. 물화는 장자와 나비가 서로 걸림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을 말한다. 장자는 말한다. “깨어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지. 드디어 크게 깨어나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한바탕의 큰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는 외편인 ‘추수(秋水)’편에서 볼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한 곳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 얼음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마음이 굽은 선비에게 도(道)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 가지 가르침에 얽매여 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추구하는 것만 진리로 여기는 꽉 막힌 사람들이 많다. 한 가지 가르침에만 매달리는, 마음 굽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개인의 이익이나 소속 집단의 이익에다 그럴듯한 명분을 덧씌워 국가이익으로 둔갑시킨다. 사리사욕을 채우려다 패가망신하는 고위 공직자들 못지 않게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다.

‘제물론’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쪽이 옳다 하는 것을 저쪽이 그르다 하며 저쪽이 옳다 하는 것을 이쪽이 그르다 한다. 그들이 옳다 하는 것이 실은 틀렸고, 틀렸다 하는 것이 실은 옳은 것임을 통찰하기 위해서는 정신의 투명한 빛(明)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내가 보건대는 인간성과 정의의 단서와, 옳고 그름의 갈래는 이렇게 엉클어지고 혼란되어 있으니 그 다툼을 어찌 제대로 가려내겠는가.”

지금이야말로 마음 굽은 이들을 경계해야 할 때다. 시비를 제대로 가리려면 밝은 눈을 가져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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