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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흔적 안 남긴 독살… 생체 실험 거친 '신종 독극물' 가능성

입력 : 2017-02-21 22:06:52 수정 : 2017-02-21 22: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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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규명 ‘스모킹 건’ 정체 관심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이 21일(이하 현지시간) 김정남의 시신에 외상이나 뚫린 흔적이 없고,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김정남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독극물 스프레이 공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33초의 흡입만으로 김정남을 절명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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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정체 관심

국방부는 전날(20일) 국회 국방위 간담회에서 유력한 독극물로 시안화칼륨(청산가리), 리신, (브롬화)네오스티그민, 신경작용제(VX), 테트로도톡신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암살 용의자들이 김정남 암살에 새로운 형태의 신종 독극물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네오스티그민이 김정남 피습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백색의 결정성 가루로 냄새는 없고 쓴맛이 나는 네오스티그민은 청산가리보다 5배 이상 강한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 북한은 수차례 네오스티그민을 이용해 테러를 감행한 적이 있다. 2011년 9월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를 네오스티그민으로 독살하려던 탈북민 안모씨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같은 해 8월에는 중국 단둥(丹東)에서 선교사 김창환씨가 네오스티그민이 묻은 독침에 맞아 숨졌다.

김정남이 피습 직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의무실 소파에 정신을 잃은 듯 누워 있다.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공항 의무실 CCTV에 잡힌 김정남 모습을 입수해 보도했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대전보건대 총장)은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김정남의 사망 원인은 맹독 물질에 의한 중독사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확한 결과는 말레이시아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브롬화네오스티그민과 같은 브롬 계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 전 원장은 “청산가리와 테트로도톡신에 의한 사망으로는 보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독극물에 노출된 여성 용의자들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신경작용제(VX)일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망 원인 규명 시기가 지체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서 전 원장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약독물 검사기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에서 충분히 사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일부 규명 과정이 지체될 수는 있어 당국의 조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이 죽었는데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최근 현대화 공사를 마친 삼천메기공장을 간부들과 시찰하고 있는 모습을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생화학무기 생체실험 가능성

말레이시아 당국이 성분 분석에 애를 먹고 있는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통해 검증과 확증을 거쳤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 군부 출신의 고위 탈북자는 이날 “이번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은 북한이 암살 모의 전 정치범 수용소에 있던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과 확증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며 “맹독성 물질에 대한 확증을 거치지 않은 약물로 작업(공작)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예전만큼 잦은 총살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총살 대신 독살을 하기 때문”이라며 “수용소 수감 인원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하거나 새로운 성분의 독극물 실험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생화학물질의 무기화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안실 주변 경계 소총을 든 말레이시아 경찰특공대가 21일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 영안실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군 당국은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생물무기용 병원체는 13종이다. 7종의 세균작용제(탄저균, 브루셀라, 야토균, 장티푸스 등)와 1종의 리케차(발진티푸스), 3종의 바이러스(천연두, 황열병, 유행성출혈열), 2종의 독소(보툴리눔, 황우) 등이 대표적인 생물무기용 병원체이다.

북한은 평양에 있는 국가과학원 예하의 제1생물연구소, 평성의 미생물연구소, 평북 피현군 백마리 세균무기연구소, 평북 정주 25호공장, 평북 선천 세균연구소 등 17개소의 생물무기 연구 및 배양·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함흥 2·8 비날론 단지 등 16개소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서·이재호·박수찬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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