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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가 지켜낸 할머니의 장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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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2 15:16:42 수정 : 2017-02-22 15: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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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에서 보이스피싱에 걸려 피땀흘려 모은 돈을 날릴 뻔한 할머니가 택시기사와 경찰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2일 경기 의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낮 12시쯤 한 중년 남성의 안내로 의왕지구대로 들어온 할머니가 안절부절 못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할머니는 “보이스피싱 같아요!, 도와주세요!”를 외쳤다.

오문교 경찰서장(왼쪽 2번째)이 기지를 발휘한 택시기사(오른쪽 2번째)와 의왕지구대 직원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의왕경찰서 제공
마침 지구대에는 평소 보이스피싱 사건을 자주 접했던 베테랑 경찰관이 있었고, 이 경찰관은 곧바로 할머니를 순찰차에 태워 주거지로 향했다. 보이스 피싱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가 지구대를 찾은 것은 같은 동네 사는 택시기사의 기지에 의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날 오전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중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경찰서 형사과장이라고 밝힌 전화속 남자는 “지금 통장이 도용되어 돈이 인출될 위험이 있으니 당장 은행에 예금한 돈을 찾아 전화기 밑에 숨겨놓으라” 고 말했다. 할머니는 돈이 사라질까 헐레벌떡 은행으로 뛰어가 현금 1700만원을 인출한 뒤 시킨 대로 집안의 전화기 밑에 숨겼다.

전화를 건 남자는 할머니를 지켜주겠다며 거주 아파트의 동호수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통장을 새로 만들려면 할머니 혼자 힘드니 집에 있는 손자와 함께 등본을 떼어 오라”라며 밖으로 유인했다.

할머니는 떨리는 마음으로 손자와 함께 동사무소로 가기 위해 다급히 택시를 잡아 탔고, 경찰을 사칭한 남자는 계속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이어나갔다.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안절부절하며 통화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택시기사는 이유를 물었고 상황을 들은 뒤 ‘보이스 피싱’을 직감, 동사무소가 아닌 지구대로 급히 방향을 바꾸게 된 것.

할머니 집으로 향하던 경찰은 할머니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경찰사칭 남자와 통화를 지속하게 했고, 통화하는 사이 무사히 도착해 할머니의 돈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할머니는 집에 돈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지병으로 얼마 남지않은 인생에 장례비용을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5년 넘게 아끼고 아껴모아 저축한 돈”이라며 택시기사와 경찰관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문교 의왕경찰서장은 “낌새를 눈치채고 도주한 보이스피싱 남자를 검거하지 못한 게 옥의 티”라며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 구성원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의왕=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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