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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 육아휴직 실태 리포트] 제도 정비에만 10년… '그들만의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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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5 08:00:00 수정 : 2017-02-25 18: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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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정책 백화점식 나열… 일·가정 양립 ‘아직도 먼 길’ / 제도는 선진국 수준… 실천력 낙제점 / 양육부담 여전하고 출산율은 ‘바닥’ / 男육아휴직 위해 도입한 ‘아빠의 달’ / 3인 가계 적정임금 미달… 이용 어려워 / 비정규직 고용 안전 장치도 ‘허송세월’ / 정부, 재정 중립 강조하며 제도만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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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전체 육아휴직자 수 8만9000명, 남성 육아휴직자 수 전년 대비 56% 증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용대로라면 ‘내 아이 내 손으로’ 키울 수 있는 권리인 육아휴직은 이제 도입단계를 넘어 확산 추세여야 맞다. 그러나 ‘그림의 떡’, ‘빛 좋은 개살구’, ‘무용지물’이라는 원성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듯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다르다. 육아휴직 자체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졌음에도 사용하기 곤란한 환경과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에 대한 정부 접근이 여전히 제도를 정비하고 공공·대기업에서의 확산을 통해 정착을 시도하는 ‘도입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만의 육아휴직’

육아휴직자 수가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공공·대기업의 정규직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대다수 근로자에게 언감생심이다. 특히 장시간 근로문화와 고용 불안정성 확대,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고려하는 근로자는 거의 ‘여성 정규직’들이다.

정규직 남성은 보수적 기업문화에 얽매여 눈치를 봐야 하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은 남녀를 불문하고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태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었다지만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의 8%에 불과하다. 출생아 수와 비교하면 1.8%밖에 안 된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 100명 중 2명의 아빠만 육아휴직을 한 셈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1962만7000명) 중 여성 정규직 비율은 20.0%(393만1000명)에 불과하다. 육아휴직자 수가 아무리 늘어도 임금근로자의 20%에만 해당되는 ‘그들만의 휴직’인지라 체감도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의 경우 고용 신분과 관계 없이 사용이 어렵다.

◆도입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정부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확산을 위해 획기적인 조치를 정부에 주문한다. 여성정책연구원 홍승아 박사는 “해외를 봐도 육아휴직 도입 초기에는 공공·대기업 등 모범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지만 중소기업, 남성 등 사각지대를 개선하지 않으면 확산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접근방식은 여전히 기존 제도를 정비하면서 지원금을 늘리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가정 양립제도와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올해 중점과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육아휴직 지원금(20만원→30만원) 확대, 임신기 육아휴직 도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기간 확대(1년→2년) 등이다. 제도 자체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기간과 지원금을 보완하는 대증요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 보육 전문가는 “근로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제도를 가짓수만 늘리면서 국민을 우롱한다”고 꼬집었다.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개선이 관건

육아휴직 거부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까지 마련되는 등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강화된 일·가정 양립제도 자체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정부의 실천력이 떨어진 게 문제다. 2006년 저출산 대책을 펴기 시작한 정부가 지금까지 보육 인프라 확충 등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각 가정의 양육부담이 여전하고 출산율이 저조한 배경이다.

또 지난해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를 중요한 정책 목표로 내걸었지만 올해 이 분야 예산은 저출산대책 예산의 4.5%에 불과하다.

가천대 정미라 교수(유아교육)는 “보육 중심의 해결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저출산 문제는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면서 오는 죄책감이 아닌 양육의 즐거움을 찾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정규직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정부가 2014년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아빠의 달’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도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대 급여가 3인 가계의 적정임금에도 턱없이 모자라 정규직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비정규직이면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비정규직 육아휴직자에 대한 고용 안전장치도 남녀평등고용법에 명시된 처벌조항 외에 따로 없는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4년 비정규직 육아휴직자의 계약관계를 일정기간 보장해 주기 위한 논의를 국회에서 진행했으나 개인 간 계약을 정부에서 강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윤홍식 교수(행정학)는 “육아휴직이 근로연속성과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장애물이 아니라 근로자의 충성도를 높여 생산성을 올리는 선순환고리로 인식되도록 정부 개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재정 중립을 강조하며 소극적인 자세다.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등 육아휴직 사각지대의 개선 없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 양립제도에 대한 근로자들의 열망은 큰 데 반해 사측은 물론 노조마저 급여 삭감을 우려해 반대하기도 한다”며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윤지로·김준영·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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