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은 이날 발표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김정남(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공화국 공민’으로 표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가족의 DNA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여권에 적힌 ‘김철’로 언급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국내 전파를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며 “김정남이라는 존재 자체가 백두혈통으로 우상화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에 치명타인데 북한이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주장하는 걸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국제사회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이 피습 직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의무실 소파에 정신을 잃은 듯 누워 있다. 연합뉴스 |
말레이 反北 시위 말레이시아 최대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 당원들이 23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말레이시아를 존중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할 조짐이다.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자국 주재 강철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평양 자국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외신이 보도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에서 관련 사실을 완전히 평가, 발표하게 되면 미 의회 차원에서 새로운 (추진)동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북한 내부에 김정남 암살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성옥 전 원장은 “김정은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 해도 김정은 가계의 치부가 국제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공작을 주도한) 정찰총국을 비롯한 관련 조직에 대한 숙청이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공작’이었다는 평가다.
김민서·김예진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