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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천안함처럼… 북한 이번에도 “남한 음모”

입력 : 2017-02-23 18:37:33 수정 : 2017-02-23 22: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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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첫 반응서 억지… 김정남 이름 대신 ‘공화국 공민’/ 공동조사 요구로 말레이 압박… 장기전 끌며 선전전 강화할 듯 / 도발 때마다 조작설로 오리발… 남남갈등 유도 속셈 다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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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실상 북한 정권의 소행으로 지목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23일 북한은 예상대로 ‘오리발’을 내밀고 나왔다. 사인 규명 등을 놓고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겨냥해 공동조사 요구를 시작으로 단계별로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하면서 대응 수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김정남(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공화국 공민’으로 표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가족의 DNA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여권에 적힌 ‘김철’로 언급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국내 전파를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며 “김정남이라는 존재 자체가 백두혈통으로 우상화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에 치명타인데 북한이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주장하는 걸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국제사회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분석했다.


김정남이 피습 직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의무실 소파에 정신을 잃은 듯 누워 있다. 연합뉴스



말레이 反北 시위 말레이시아 최대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 당원들이 23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말레이시아를 존중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북한이 이번 사건을 ‘남조선 당국의 음모 책동’으로 몰아가는 건 2010년 천안함 폭침, 2015년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도발 등 북한이 자행한 대남 도발 때와 판박이다.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타국에 떠넘기는 전형적 수법이다. 김정남 사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의혹을 파고들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북측 주장에 통일부 당국자는 “억지주장이자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당시에도 북한은 우리 민·군 합동조사단이 외부폭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로 다음날(4월17일) 천안함 폭침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뒤 검열단 파견 및 공동 조사를 요구했다.

사건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북한은 국제사회 움직임을 봐가면서 대응 기관의 격과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남 사체 부검 및 신원 확인은 물론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의 핵심 용의자 소환, 면책특권을 지닌 북한 대사관 소속 2등 서기관 조사 작업은 북한의 불응으로 난항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조선법률가위원회’라는 조직을 내세워 입장을 발표한 것도 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당국과의 법적 공방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할 조짐이다.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자국 주재 강철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평양 자국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외신이 보도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에서 관련 사실을 완전히 평가, 발표하게 되면 미 의회 차원에서 새로운 (추진)동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북한 내부에 김정남 암살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성옥 전 원장은 “김정은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 해도 김정은 가계의 치부가 국제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향후 (공작을 주도한) 정찰총국을 비롯한 관련 조직에 대한 숙청이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공작’이었다는 평가다.

김민서·김예진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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