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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1) 극한의 도전...로켓엔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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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5 11:14:33 수정 : 2023-11-12 21: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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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단숨에 최대한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이 로켓엔진이다. 밀집된 공간 내에서 최대의 폭발력을 내도록 하는 로켓엔진의 설계에는 결국 극한의 기술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액체엔진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RD-180엔진은 탱크에 저장된 3기압 수준의 추진제를 터보펌프라는 장치를 통해 무려 600기압 수준으로 올려준다. 연소실에서의 연소압력은 250기압에 이르며 연소 온도는 섭씨 3300도가 넘는다. 쇠의 녹는 온도가 섭씨 1300-1500도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뜨거운 온도인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연료를 태울 때 사용되는 액체산소는 섭씨 영하 180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한정된 탱크 내에 많은 양의 산소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온도를 낮춰 산소를 액체형태로 보관하는 방법을 쓴다.

 

 

발사체_4k_comp

결국 로켓의 엔진은 섭씨 3천도에서 영하 180도의 온도가 공존하며 작동하는 기계덩어리인 셈이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계가 처음 발사 할 때 99% 이상의 신뢰도를 갖도록 개발되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한국형발사체 엔진 CG

 

현대 로켓의 시작은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V2 로켓이다. V2로켓은 독일의 적국을 가장 괴롭힌 무기였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전후 미국은 재빨리 움직여 V2 로켓을 개발한 독일의 폰 브라운과 핵심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이때 V2 로켓의 설계도면도 함께 선점했다. 러시아는 미국에 비해 한발 늦어 로켓의 시제품과 폰 브라운 등을 제외한 작업자들을 데려갔다. 프랑스 역시 로켓 시제품을 입수했다. 이때부터 이들 국가의 본격적인 로켓 개발이 시작됐고 현재 이들 국가가 세계 상용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주 로켓의 후발주자들로 일본, 중국, 인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첨단의 정보력, 강력한 국가의 리더십과 치밀한 중장기계획 수립, 꾸준한 예산과 인력의 지원, 그리고 실패에도 몇 번이고 재도전하게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이런 정책 기조는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이 발사된 이래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발사된 로켓은 약 7,700기가 넘는다. 이처럼 무수히 발사된 로켓의 성능은 결국 엔진의 성능으로 결정된다. 최고의 엔진을 갖기 위해 각국이 지금도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로켓 엔진 개발에도 친환경·저비용 개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동안 고성능만을 강조한 기술 개발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엔진을 개발해 활용해 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단점이 있다. 미국은 자존심을 버리고 러시아 엔진인 RD-180을 수입해 활용하고 있고, 수입을 대체할 엔진(AR-1, BE-4)을 2019년을 목표로 새로 개발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저비용 고신뢰도를 목표로 새로운 엔진을 개발(LE-9)하고 있고 유럽도 저비용을 목표로 선행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독성 추진제를 사용하던 중국은 발 빠르게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하는 친환경 추진제로 바꾸기도 했다.

 

 

한국형발사체 75톤급 액체엔진

우리나라의 엔진개발은 이들 선진국에 비해 50-60년 뒤늦게 시작됐다.  그러나 로켓 엔진 개발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멀찌감치 앞서 있던 선진국들의 기술 격차가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우리가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의 75톤급 엔진은 친환경 추진제를 사용하며 수소엔진처럼 무척 까다로운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개발 과정상의 여러 실패와 이로 인한 일정지연을 줄여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단장 김진한

그러나 실패 역시 기술축적의 과정이다. 이런 철학으로 지속적으로 엔진개발을 추진하고 더 성능이 좋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도 병행해 개발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독자 발사체를 완성하면 그 후 기술 개발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발사체 시장에서도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의 10년이 무척 기대되는 이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단장 김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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