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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SNS 타고 밀거래… 독버섯처럼 번지는 ‘검은 유혹’

입력 : 2017-03-27 20:00:00 수정 : 2017-03-28 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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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청정국' 명성 되찾자] 국내 밀반입 루트 다변화… 경각심 높이고 홍보 강화 필요
#1.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 관련 장비를 갖추고 필로폰을 제조한 한모(30)씨 등 4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감기약을 대량구입한 뒤 마약 원료 물질을 추출해 필로폰을 제조했다. 제조과정의 악취를 감추기 위해 냄새 제거 장비까지 설치하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 경로까지 확보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업 실패 등으로 빚더미에 앉게 되자 인터넷에 떠도는 마약 제조 동영상을 보고 따라한 것이다.

#2. 지난해 6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마약을 사고팔거나 투약한 남성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마약 관련 은어를 검색해 접촉한 뒤 채팅앱을 활용했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찍어보낸 영수증으로 송금을 확인한 후 공중화장실이나 우체통 등에 마약을 숨겨 놓고 구매자에게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40명이 넘는 피의자들의 직업은 회사원과 대리기사, 식당 종업원 등 다양했다.

최근 적발된 마약류 사범을 보면 중독자나 중범죄자 위주였던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갈수록 회사원과 대학생, 가정주부 등 일반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영화와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일이 일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직접 마약거래를 하지 않고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을 사고팔 수 있다. 심지어 마약 제조도 어렵지 않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마약류 밀반입 적발 건수는 2011년 174건에서 2015년 325건으로 증가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함에 따라 2015년의 경우 특송화물·국제우편이 전체 적발 건수의 80%(262건)를 차지할 정도로 주된 밀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교통·운송수단의 발달로 여행자·선원의 휴대물품이나 수출입 화물 등을 통한 반입도 늘고 있다.

실제로 건당 20g 이하의 소량 밀수는 2014년 27건에서 2015년 49건으로 81%나 늘었다. 여행자나 우편물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밀반입 경로 또한 다변화하며 수입화물이나 선원을 이용한 마약밀수는 같은 기간 260에서 52㎏으로 급증했다. 1㎏ 이상의 대규모가 아니면 20g 이하 소량으로 밀수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밀수 경로가 다양해진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이전에는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하거나 이후 일본으로 밀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프리카(케냐·남아공)→아랍에미리트(UAE)나 독일→한국→미국’ 경로의 카트(식물성 마약류) 밀수와 ‘캐나다→한국→대만’ 경로의 대마초 밀수가 적발되기도 했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2011년 295명에서 2015년 640명, 지난해 957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인 학원강사 및 근로자, 유학생 등이 많이 들어오고 인터넷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국제우편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 국제 특송 소포로 동남아산 필로폰을 밀반입한 일당 10여명이 덜미를 잡힌 게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소량씩 나눠 필로폰을 밀반입한 뒤 퀵서비스나 편의점 택배를 통해 구매자들에게 보냈다. 회사원과 주부 등 구매자들은 이들이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린 글을 보고 연락한 경우가 많았다.

무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 ‘narkotikos’에서 유래한 마약은 미량으로 강력한 진통·마취효과를 낸다. 그러나 계속 사용하면 습관성과 탐닉성이 생기게 되고 사용을 중단하면 격렬한 금단증세를 일으킨다. 마약에 의존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심신이 피폐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류에 대해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 사용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금단현상 등이 나타나고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마약류를 마약(아편, 코카인 등)과 향정신성의약품(필로폰, 프로포폴 등), 대마 세 종류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339개 성분이 지정됐다.

유엔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성인(15∼65세) 인구의 5%에 이르는 2500만명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2900만명,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은 20만7000명에 달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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