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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지하철 무료 보조배터리 대여서비스 실태 살펴보니…

입력 : 2017-05-27 11:26:35 수정 : 2017-05-27 11: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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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5~8호선에서 3시간동안 무료로 보조배터리를 대여할 수 있는 `해피스팟`

“배터리는 어디에 있나요?”

서울지하철 5~8호선 역사내에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해피스팟(Happy Spot)’이 설치됐지만 배터리 수량이 적고 대여기계가 점검 중인 경우가 잦아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지하철 5~8호선 역사 내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대여해주는 ‘해피스팟’ 서비스를 마련했다. 잔여 배터리 용량이 간당간당할 때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가까운 5~8호선 역에서 3시간 동안 무료로 보조배터리를 빌려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운영실태를 살펴보니 5~8호선 모든 역에서 배터리를 빌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난 23일 역내 보조배터리 현황을 확인한 결과 5~8호선 보조배터리 대여기가 설치된 152개 역 중 ‘22곳’이 대여할 수 있는 배터리가 없거나 점검 중인 상태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무인대여기 위치를 확인하는 기능에서 대여기계 별 잔여 배터리 수량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수량’을 표시하는 부분에 '점검중인 기계 현황'이 반영 안 돼 몇몇 사람들은 돈을 내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와 헛걸음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23일 해피스팟 앱의 역별 보조배터리 현황에는 '6호선 이태원역'에 대여배터리가 있다고 나오지만 실제 가 보니 점검중인 상태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5호선 여의도, 오금, 동대문역사문화공원, 6호선 이태원, 7호선 굴포천, 고속터널, 부평구청역은 대여할 수 있는 배터리가 있다고 표시가 됐으나 실제로 가보니 기계가 ‘점검중’이었다.

고객의 불만이 계속되다보니 앱을 켜면 ‘경고 메시지’부터 등장했다. 보조배터리 서비스를 관리하는 업체는 “이용이 많아짐에 따라 배터리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대여 시 무인대여기 위치를 통해 대여가능 수량을 확인 후 이용 부탁드린다. 점검 중으로 이용불가 역사는 공지사항을 참고하시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센터로 들어가 공지사항을 클릭해야 해 이용자가 따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접속이 안 된다”, “오류 메시지가 나온다” 등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제기된 ‘해피스팟’ 앱 자체에 대한 불만도 수십 건에 달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모(34)씨도 지난 3월 퇴근길에 배터리가 10%대로 떨어진 걸 보고 근처 역에 있는 휴대폰 보조배터리 대여서비스를 찾았으나 본인 인증만 하려 하면 앱이 꺼져 10분간 시간만 낭비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보조배터리 대여 앱 ‘해피스팟’을 검색해보면 평가가 ‘5점 만점에 2점’으로 상당히 낮았다. 스크롤을 내려 보니 리뷰를 남긴 336명의 사용자 중 224명이 평점 1점을 던지고 있었다.
 
해피스팟 앱을 실행하자마자 나오는 팝업 창.

◆19세 미만은 왜 사용이 불가한가요?

'미성년자는 왜 지하철 보조배터리를 이용할 수 없냐'는 불만도 있었다. 보조배터리를 이용하려면 ‘해피스팟’ 앱의 회원가입이 필수인데 현재 만19세 미만은 가입할 수 없다는 것.

앱에 대한 리뷰를 남긴 전태욱씨는 “회수율 문제인듯 싶으나 19세 미만 가입금지는 너무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댓글을 남긴 신서진씨도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양심 있게 반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성년자도 책임감 있게 반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조배터리 서비스를 관리하는 업체는 결제 문제를 지적했다. 미성년자에게 돈을 받기 위한 절차가 꽤 까다롭다는 이유다. 보조배터리는 3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시간이 초과할 때마다 지연료가 붙는다. 보조배터리를 파손 및 분실했을 때도 34650원의 기기변상금을 내야 한다.

미성년자뿐 아니라 외국인이 이용할 수 없는 불편도 제기됐다. 외국인 사용이 가능해진 서울시 대여 자전거 ‘따릉이’와 달리 보조배터리 대여는 외국인에게 열려있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난 4월 11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약수역 보조배터리 대여소 앞을 서성였다는 독일인 유학생 카이(24)는 "뒤늦게 외국인은 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면서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된 안내 문구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6호선 이태원역 대여소조차 영어로 된 안내문은 없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해피스팟` 애플리케이션 평가. 5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도입 직후보다 하루 이용량 10배나 증가해

지하철 보조배터리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23일 버티고개역에서 보조배터리를 빌리고 있던 한 남성은 “지난 3월 출퇴근길에 우연히 보고 서비스를 알게 됐다”면서 “급할 때 쉽게 배터리를 빌릴 수 있어 좋다”며 빠르게 지하철로 향했다.

보조배터리 서비스를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는 보조배터리 대여 이용량이 지난 12월보다 10배나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역마다 100대 넘게 보조배터리를 준비했으나 어디서나 반납할 수 있는 대여 배터리의 특성상 한쪽으로 몰리다 보니 대여할 수 없는 곳이 생겼다”면서 “주기적으로 옮겨주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앱에 뜨는 경고 문구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검 중’인 기계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는 “민원전화가 오면 문제를 막론하고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점검상태로 바꾼다”면서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있으므로 점검이 잦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업체는 도입 초기에 발생한 앱 접속 문제는 인정하지만 “최근에는 앱 자체에 대한 문제는 보고된 게 없다”면서 “와이파이 등 통신이 제대로 안 돼 앱이 꺼질 수 있다”고 사용자에게 다시 한번 통신 상태를 확인해볼 것을 당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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