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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文정부 '최저임금 인상' 과속일까, 정속일까?

입력 : 2017-08-12 13:00:00 수정 : 2017-08-12 0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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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 vs 정치논리…임금격차 정말 줄어들까?

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사회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저임금 절대 액수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 보다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주요국 최저임금 수준과 산입범위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7530원)은 △미국(8145원) △일본(8200원) △캐나다(9606원) △영국(9904원) △아일랜드(1만1132원) △뉴질랜드(1만2473원) △프랑스(1만1746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가 주요 20여개 나라 가운데 상위권인 5위에 해당한다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분석도 있다. 경제·소득 규모를 고려할 때 뉴질랜드, 프랑스, 터키, 호주 정도만 우리나라보다 많은 최저임금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득수준을 고려한 상대 비교에는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라별로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임금 종류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가장 합리적인 최저임금 산정 방식과 수준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임금은 이미 최저임금보다 높다보니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최저임금은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서 분배를 개선한다는 의도지만, 각종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불평등 완화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국내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 산정방식 찾아야

근로자가 정기·일률적으로 받는 모든 종류의 급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추세에 맞춰, 최저임금 역시 산입 대상에 상여금·성과급·숙식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시급을 계산할 때 유급휴가일도 계속 근로시간으로 간주할지도 논쟁거리이다.

모든 업종과 산업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한 가지 숫자'의 최저임금액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종에 따라 기업의 지급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의 차이가 큰 데,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경우 부진한 업종의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너무 커 불합리하다 것이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산업별 최저임금 미만율의 최소-최대 격차는 40%포인트 이상 벌어진 상태다. 전기가스업은 1.3%에 불과하지만, 숙박음식업(35.5%)과 농림어업(46.2%)은 30~4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당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편의점, PC방, 택시업, 경비업, 이미용업, 일반음식점업, 슈퍼마켓, 주유소 등부터 구분해 최저임금을 따로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모든 급여는 최저임금에 산입하고, 숙식 제공 등 현물급여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지역별·업종별로 근무 강도, 생계비 수준, 업체의 지급 능력 등이 천양지차인데 하나의 최저임금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시급 계산시 어떤 기준의 근로시간 사용해야 하나?

현행 최저임금 제도의 또 다른 논란거리 중 하나는 최저임금의 단위인 시급을 계산할 때 어떤 기준의 근로시간을 사용해야 하냐는 것이다.

개별 사업장과 업종 등에 따라 근로시간, 유급휴가 등 노동조건이 워낙 다양해 한 근로자가 한 시간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려면 명확한 계산 기준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무부처와 법원마저 최저임금 기준 근로시간에 대한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만약 어떤 근로자가 사용자와 애초에 시급 기준으로 임금 계약을 맺었다면, 최저임금도 같은 시급 기준이기 때문에 비교하는 게 수월하다.

가장 흔한 형태로 월 단위 임금을 받는다면, 이 임금을 시급 단위로 환산해야만 최저임금 위반 여부 판정이 가능하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는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은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 수(월마다 소정근로시간 수가 다르면 1년간 1개월 평균)로 나눈 금액에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소정근로시간이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계약으로 정한 근로시간을 뜻하는데, 소정근로시간에 유급휴일까지 넣어야 하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유급휴일도 소정근로시간에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행정해석을 근거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해왔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는 사용자와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월~금 각 8시간)을 일하기로 계약을 맺는데,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1주일 근로시간을 채운 근로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받는다. 보통 기업들은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정해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실제 근로자가 한달에 일하는 시간은 약 174시간이지만, 주휴수당을 받은 일요일(유급휴일)에도 일한 것으로 간주할 경우 명목적인 근로시간은 월 209시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유급휴일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고, 일요일 하루 유급휴일을 주는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근로자의 시급을 계산할 때 월급을 209시간으로 나눠 산출하고 있다.

◆고액 연봉자가 최저임금 밑도는 사태 발생할 수도

이 산출법을 적용하면 단체협약에 따라 일요일 뿐 아니라 토요일까지 유급휴일로 정하고, 주휴수당을 주는 대기업까지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커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들 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유급휴일인 토요일 8시간까지 더해 월 243시간으로 늘어나고, 상여·성과급 등을 제외한 월 기본급과 고정수당(최저임금 산입 대상)을 243시간으로 나누면 이들 업체의 시급도 7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진다.

이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최저임금이 8000원, 9000원, 1만원으로 높아지면 국내 대표적 고액 근로자들조차 최저임금을 밑돌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2월 서울서부지법은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유급휴일 시간은 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법정근로시간에 맞춰 주 40시간 근로 계약을 맺었다면, 최저임금 위반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은 유급휴일 등과 관계없이 딱 174시간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급 계산법이 모호하다 보니 정부도 법원 판결을 고려해 계산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줘 물가상승, 수출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새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던 근로자의 임금도 인상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근거로 노조가 예년보다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전반적인 임금상승 가능성이 높아, 인건비를 증가시켜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인건비가 늘어나면 이익이 줄어들고, 기업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소비자판매가격에 반영할 경우 물가상승, 수출감소 등의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기업의 신규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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