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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차 다 못썼는데"… 속타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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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8 19:10:06 수정 : 2017-12-11 14: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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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소진작전… 씁쓸한 연말/휴가일 알리면서 가족여행 강조/ 동료들에 호의 베풀며 사전작업/ 설문조사 결과 모두 사용 22%뿐/ 상사 눈치·사내분위기 탓 미사용/ 잔여분 수당 지급 않는 기업 늘어/“연차사용촉진제도 허울뿐” 지적/“자유롭게 휴가 갈 환경조성 시급"
#1. 인천에 사는 직장인 최모(27)씨는 최근 잦아진 여선배의 호의가 고마웠지만, 내심 의아했다. 막내가 하는 업무를 맡아 늦게까지 일하고 2주 연속 주말 근무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의구심은 얼마 안 가 풀렸다. 선배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남은 연차를 모두 소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선배의 호의는 좋은 휴가일을 선점하기 위한 작업이었던 셈이다. 최씨 역시 연차가 남았지만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2. 이모(33)씨는 요즘 달력을 볼 때마다 끙끙 앓는다. 올해 초 회사에서 “연차 보상비를 주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휴가를 가라”고 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다가 연차의 절반밖에 쓰지 못했다. 게다가 가뜩이나 바쁜 시기라 ‘휴가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이씨는 “못 쓴 휴가만 아깝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7년, 연차 사용을 두고 직장인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이번 달 셋째주와 휴일인 새해 첫날과 연결해 쓸 수 있는 넷째주가 많은 이들이 노리는 황금연휴 기간이다. 연차미사용 수당를 주지 않겠다는 기업들이 늘어 어떻게든 연차를 소진하겠다고 다짐은 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8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직장인 767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연차를 모두 사용한 직장인은 22.3%에 불과했다. 외국계 기업(32.1%)의 연차 소진율이 가장 높았고 공기업·공공기관(31.3%), 대기업·중견기업(각 26.4%), 중소기업(19.3%) 순이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서는 지난해 연차 부여일수는 평균 15.1일이었으나 사용일수는 7.9일(5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1.3%에 달했다.
이처럼 자의반 타의반 연차를 쓰지 못 한 직장인들이 연차가 사라지기 직전인 12월, 막판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연차 사용 꿀팁’이 떠돌기도 한다. ‘휴가일을 선점, 꾸준히 주변에 알리라’거나 ‘비싼 비행기 항공권을 사서 들이밀라’, ‘가족 여행임을 강조하라’, ‘연차를 내기 전 야근과 잡일을 도맡으라’는 식이다.

회사를 이끄는 기성세대와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층의 인식의 간극은 이같은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의 배경이다. 지난 5월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건 20대들에게는 ‘이직을 고려’(24.2%)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지만 50대에게 휴가란 ‘크게 중요치 않은 것’(22.5%)이다.
정부가 2003년 마련한 ‘연차사용촉진제도’도 허울 뿐이란 지적이 강하다. 연차 만료 6개월 전 회사가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촉구하도록 한 것인데 “연차를 자유롭게 쓰라”고 해도 업무량이나 사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아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연차를 쓰지 못 한 이유로 ‘상사의 눈치’(44.5%)와 ‘사내 분위기’(43.3%)를 꼽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사용 수당이 연차 사용을 막는다’며 미사용 수당을 없애는 기업이 늘어난 건 직장인들의 한숨을 더하고 있다. 예전에 휴가를 못가면 돈이라도 받았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모든 직장인이 연차를 100% 쓸 경우 국내생산 29조원, 부가가치 13조원 등 직·간접적 경제효과가 유발될 수 있다”며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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