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악!"…마지막 재판에서도 혐의 부인했던 최순실

‘중형 구형’ 법정 스케치 / 몸 상태 악화 이유 먼저 최후진술… 울음 삼켜가며 “살고 싶지 않아”

“검찰이 (구형 의견 등을 담은 논고를) 낭독하는 걸 보고 가슴이 멈출 것 같았습니다. 심장이 정말로. 윤석열(서울중앙지검장) 검사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한 개인과 가족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이 법원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순실씨는 “살고 싶지 않다”면서도 25분여간 열변을 토했다. 그는 울음을 삼켜가며 자필로 적어 온 최후 진술서를 읽어 내려갔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최씨는 이날 검찰이 징역 25년이란 중형을 구형한 것에 충격을 받아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 변호인의 의견 진술 도중 먼저 피고인 최후진술을 한 뒤 퇴정했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치는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 박 대통령을 40년간 지켜왔지만 그분은 검소와 결백으로 살아온 분”이라고 두둔했다.

최씨가 최후진술을 하는 동안 150석을 가득 메운 방청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 방청객은 법정을 나서는 최씨를 향해 “힘내세요”라고 외쳤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최씨는 앞서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하고 피고인 대기실에서 “아아아악!”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특검과 검찰, 최씨를 비롯한 피고인 측은 1심 선고 전 마지막 재판인 이날도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표현을 써가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 300억원을 받는 등 최씨 혐의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비롯한 객관적 물증으로 입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대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준엄한 교훈이 될 수 있게 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공정하게 평가해달라”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심 결심공판을 마치고 휠체어를 탄 채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검찰도 최씨에 대해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며 “검찰의 강압 수사 등 근거 없는 주장으로 진실을 왜곡하려 했다”고 꾸짖었다.

검찰은 최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취득이란 그룹 현안을 청탁하는 대가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뇌물로 준 신 회장을 “국정을 농단한 이들과 영합해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냈다”며 질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14일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들어서고 있다.

다만 안 전 수석에 대해서는 “업무수첩, 대통령 말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데 협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징역 25년은 옥사하라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고 피고인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박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