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입지자들 "멘붕…반대 결론나면 어쩌자고"
일각에선 "통합론 마지막 카드, 집단 탈당 없을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당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승부수를 던진 데 대해 당의 존립 기반인 호남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이 살 길은 통합"이라며 "전 당원 투표를 통한 찬반투표여서 집단 탈당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시당 위원장 권한대행인 최경환(광주 북구을) 의원은 이번 통합선언 발표를 "폭거"로 규정한 뒤 "토론해 보자고 소집된 의원총회를 3시간 앞두고 통합선언을 한 것은 안하무인,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전 당원 투표제는 대의제에 기초한 전당대회 원칙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은 안 대표 긴급기자회견을 전후해 박주선 국회부의장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의원 9명도 공동 성명을 내고 "안 대표가 당헌을 무력화하고, 최고위원회의와 전당원대회, 의원총회 등 공적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당을 사당화하려는 폭거이자, 당의 뿌리인 호남을 버리는 후안무치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통합은 지방선거 필승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국민이 만들어준 제3당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의원은 "당을 화합의 길로 이끌어야 할 당 대표가 오히려 당을 쪼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광주지역 구청장 출마 예정자인 그는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5년 후 대선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 일방적 독단적 결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멘붕"이라며 "통합 반대파를 '구태 정치', '기득권 정치'로 규정하면서까지 사당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발 기류는 전남도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도의원은 "통합하면 함께 탈당하자는 의원들이 적잖다"며 "나를 따르되, 따르지 않으려거든 당을 나가라는 식의 태도는 당 대표의 자세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시·군·구 기초의원들 중 상당수도 "5·18을 애매하게 부정하고, DJ의 정치적 유산인 햇볕정책을 거부하는 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고, 일방적으로 강행돼선 더더욱 안된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30만명을 헤아리는 국민의당 당원 중 광주는 4만, 전남과 전북은 각각 6만명으로 전체 당원의 60% 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안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국민의당 광주시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호남에만 갇혀 있어선 미래가 없다. '갈등의 폭탄'만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꼴"이라며 "전 당원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하는 게 현재로선 승부수이기도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안 대표의 이날 '깜짝' 통합 승부수가 오는 21일, 손학규 고문 귀국을 앞두고 역할 분담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대표는 다만 기자들과 만나 "(손 고문이) 미국에 계신 동안 이 문제로 깊이있는 논의를 해보지는 못했다. 귀국하시면 이제 함께 의논하려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직위와 권한을 모두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전 당원의 의견을 묻겠다. 신속한 통합작업 후 백의종군하겠다. 통합 반대로 결론나면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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