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그 판단 근거에 관심이 쏠린다.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하성원 부장판사)는 30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모(33)씨의 선고공판에서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 비트코인을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오전 11시 15분 기준 1 비트코인은 1천268만원으로, 몰수 결정한 191 비트코인의 총 가치는 24억2천여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비트코인도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법률상 물건뿐만 아니라 현금, 예금, 주식, 그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 즉 사회 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비트코인도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원심에서는 물리적 실체가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게임머니도 구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들어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은 또 현실적으로 비트코인에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아예 지급수단으로 쓰는 가맹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비트코인을 받아 그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취득한 비트코인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해 상당한 수익을 봤다는 점도 적시했다.
재판부는 "압수한 비트코인을 피고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이 사건을 통해 얻은 이익(범죄수익)을 그대로 보유토록 하는 것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 취지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수원지법은 재판이 끝난 후 자료를 내고 "항소심은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국내에서 비트코인의 경제적 가치 및 몰수 대상성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보이나, 법정화폐로서의 가능성은 본 판결 쟁점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 'AVSNOOP.club'을 운영하면서 사이트 사용료 등을 받아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원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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