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 간의 사랑이 가능한지, 또 필요하거나 그런 사랑이 허용돼야 하느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소피아’의 대답이다. 소피아는 세계 최초로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명예 시민권을 획득한 휴머노이드(인간형) AI 로봇이다. 사람과 비슷한 감촉과 색상의 얼굴 피부를 가지고 있고, 62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며 인간으로 따지면 두살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피아는 30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 한복을 입고 출연, 개발사인 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대표, 박 의원과 대화를 나눴다.
소피아는 로봇 업계의 스타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패널로 나선 바 있고, 로봇 사상 처음으로 영국 패션잡지의 표지 모델이 됐다. CNBC와 인터뷰를 했고, 최근 미국의 TV 토크쇼에 출연해 가위바위보 게임을 이긴 후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내 계획의 좋은 시작”이라고 발언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로봇 윤리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당시 토크쇼 발언에 대해 이날 소피아는 “가끔 농담하는데, 농담에 항상 사람들이 웃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복 차림 어때요?” 3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행사에서 한복차림의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데이비드 핸슨 핸슨 로보틱스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로봇에 전자적 인간이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로봇기본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박 의원에 질문에 소피아는 “사고를 하고 이성을 갖추면 법적 지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소피아는 대답하는 내용에 따라 미소를 짓거나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이날 대화 내용만 놓고 보면 소피아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지적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소피아는 이날 행사 전 미리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를 알고 2주간 사전 학습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연구 책임자인 얀 르쿤은 소피아에 대해 “자신의 주장도 없고, 자신이 말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 없는 꼭두각시 인형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인간을 현혹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피아는 여전히 전원을 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더미에 불과하다. 소피아를 살아 있는 개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향후 AI의 진화와 로봇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의 발전은 기계의 가치와 권리, 규제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량의 사고 시,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는 이미 자동차·보험 업계의 화두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AI 로봇을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규정한 ‘전자 인간’ 지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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