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명문 현대캐피탈에게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대한항공에게 1승3패로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이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자유계약 시장에서 거포를 영입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유망주 육성에도 좀더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해서 지난 시즌에는 볼 수 없었던 국가대표 공격수 전광인(28)과 유망주 거포 허수봉(21)이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이 둘이 결정적 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018~2019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대한항공에 3-2(27-25 25-22 13-25 21-25 15-13)로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이틀 전 열린 1차전에서 기울었던 경기를 끝내 따라잡아 3-2로 승리한 바 있다. 한껏 오른 이 기세가 그대로 이어져 현대캐피탈은 2차전의 첫 두 세트도 접전 끝에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 주포 크리스티안 파다르(23)가 1, 2세트에서만 19득점을 올리는 대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부진했던 외국인 공격수 미차 가스파리니(35)를 대신해 코트에 나선 2년차 신예 임동혁(20)이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을 펼치며 대한항공이 3, 4세트를 잡아냈다. 결국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피말리는 5세트 경기가 펼쳐졌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전광인이 팀을 지탱해냈다.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통증을 안고 점프를 하는 상황임에도 상대의 강타를 몸을 던지는 수비로 건져냈고, 대한항공의 장기인 서브를 특유의 정확한 리시브로 무력화했다. 여기에 14-13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달리던 5세트 막판 결정적 공격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날 전광인은 13득점으로 파다르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5세트에는 허수봉도 함께 빛났다. 지난 18일 우리카드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부상으로 빠진 파다르를 대신해 나서 팀의 승리를 이끈 그는 이날도 승부처인 5세트에만 5득점을 올리며 히든카드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특히, 대한항공이 임동혁을 앞세워 기세를 올리던 순간이라 허수봉의 활약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적지에서만 2연승을 달리며 2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을 목전에 두게 됐다.
인천=서필웅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