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필리핀에 고속기동용 포병로켓시스템인 하이마스(HIMARS) 배치를 검토하는 등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시도를 놓고 역내 긴장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전투기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을 놓고도 미국과 대만이 중국과 날 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군사기지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하이마스 배치를 논의 중이다. 하이마스 대당 가격(약 148억원)이 비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회담하고 동맹 강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필리핀 군대 현대화 작업에 협력키로 했다.
실제로 하이마스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하이마스는 일종의 소형화한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이다. 사거리 300km인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가 탑재되면 중국의 인공섬이 타격 범위에 들게 된다. 하이마스는 또 수송기로 운반이 가능하고 기동성이 좋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배치도 검토되고 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배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중국의 군사기지화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친중 노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되는 양국 군 연례 연합군사훈련인 ‘발리카탄 2019’에는 미군 병력 3500명과 4000명의 필리핀 병력이 참가 중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군사협력 강화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의 티투섬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지난해 실질 점유하고 있는 티투섬에 활주로와 부두 보강 공사를 시작했지만, 중국이 수백척의 대규모 선박을 끊임없이 보내면서 공사를 방해해 왔다. 중국의 막무가내 방해 작업에 필리핀 내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전투기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을 놓고도 미국과 대만이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군사 도발”이라며 중국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어떤 대만인의 마음도 얻을 수 없을 것이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더욱 뚜렷해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재발 시 강제로 해산시키겠다”며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대만이 잘못 나섰다가는 ‘서로 싸우는 두 마리 코끼리에 밟히는 잔디’ 신세가 될 것”이라며 “중간선은 ‘가상의 심리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올해 세 차례나 군함을 보내 대만해협을 지나게 했다. 중국군 행동은 이에 대한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의 발언을 겨냥해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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