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께서는 공공 주택사업 관련 업 무수행을 통해 인지한 제반 사항을 누설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셨습니다. 위배하면 공공주택특별법 57조(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보안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지난 7일 국토교통부가 3차 3기 신도시 입지(경기 고양 창릉·부천 대장 등) 발표에 앞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개월간 관계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 경고 문자는 협의 등의 과정에서 신도시 관련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은 공무원과 전문가 그룹 민간인 등 무려 218명에게 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해 예외 없이 “보안을 지키겠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하고도 발표 직전까지 이런 문자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발표 1주일 전부터는 문자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발송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2차로 3개 입지(경기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가 발표될 당시에도 각서와 경고 문자가 활용됐지만, 이번에 경고의 수위와 빈도가 뚜렷하게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작년 2차례에 걸친 신도시 입지 후보 등 수도권 택지 발표를 전후해 잇따라 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부가 크게 홍역을 치른 결과로 보인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지역본부 지역협력단 소속 간부 A씨는 지난해 3월쯤 수도권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경기도 고양시 삼송·원흥지구 개발 도면을 다른 직원과 함께 부동산 업자들에게 넘긴 혐의로 올해 3월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수도권 신도시 개발 후보지 관련 정보가 발표에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전달돼 정계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국토부는 신도시 정보 유출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둘러 공공주택특별법(지난달 30일 공포)을 고쳤다.
개정 특별법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등과 관련된 기관과 업체 종사자가 관련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과 함께 각서와 문자 메시지에 명시된 처벌 수위도 기존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 정지(형법 127조)에서 상향됐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 7일 발표로 ‘성공적 보안’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218명에게 “공공주택 사업 정보의 보안 관리에 적극 협조해 주신 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예의 바른’ 인사 문자를 보냈다.
특히 3기 신도시 추가 입지 선정 실무를 진행한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 택지기획팀 9명은 최고 수준의 보안 탓에 작년 말 지자체 등과의 협의가 시작된 뒤 창문 없는 세종청사 국토부 건물 6층에 마련된 팀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회의를 할 때면 출입문을 잠갔고, 모든 문서에 암호를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도난을 우려해 2대의 CC(폐쇄회로)TV를 사무실에 설치했다.
발표 20일을 앞두고는 ‘금주령’까지 떨어져 취중 ‘말실수’까지 막았다고 한다.
택지기획팀은 발표 전날 서울 소재 모 호텔에서 합숙하며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지만, 가족에게는 ‘야근’의 다른 이유를 둘러대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에조차 당일 발표 1시간 전에야 설명할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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