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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후쿠시마산’ 플라스틱 논란… 수입사 “묵묵부답”

입력 : 2019-05-18 15:00:00 수정 : 2019-05-18 16: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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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 바닥에 ‘후쿠시마(FUKUSHIMA)’… 직원들 전혀 몰라 / 후쿠시마 공장 알리는 영상에 한글 라벨 등장 / 논란에도 무인양품 코리아 답변 거부
무인양품 매장 전경

“음식은 생산지 따져가며 조심히 먹었는데 맨날 쓰던 생활용품이 후쿠시마산일 수 있다니 너무 찝찝하다.”

 

임신을 계획 중인 윤모(32)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후쿠시마 플라스틱’ 논란에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의 플라스틱 제품들이 후쿠시마 공장에서 생산됐고, 국내에 수출까지 돼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중에는 수납함, 청소용품, 파일 캐비닛뿐 아니라 도시락, 물통 등 음식물을 담는 주방용품도 포함돼 소비자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윤씨는 “알고 나서 쓸지 말지는 소비자의 선택이라 쳐도 방사능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 애초에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명확히 밝혀 고지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물통 바닥에 ‘후쿠시마(FUKUSHIMA)’ 떡하니… 직원들 전혀 몰라

 

후쿠시마 공장 제조 라벨이 붙은 물통

‘불매운동’까지 언급되며 시끌시끌한 온라인 반응과 대조적으로 14일 찾은 서울 종로구의 무인양품 매장은 무슨 일 있냐는 듯 평화로웠다. 매장에는 여느 때처럼 청소용품, 문구용품, 주방용품, 수납용품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특히 여름철을 맞아 냉수용 플라스틱 물통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비치돼 홍보가 한창이었다. 몇몇 소비자들은 물통을 손에 들고 요리조리 돌려보며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해당 제품 전면에는 수출용 라벨이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품의 원산지, 소재 등이 표시된 라벨에 제조지 관련 내용은 ‘Made in Japan’, ‘제조자명 : 양품계획(주)’이 전부였다. 양품계획은 무인양품의 모회사다.

 

‘GIFU PLASTIC INDUSTRY CO, LTD FUKUSHIMA FACTORY’라고 적힌 라벨

물통을 들어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니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 라벨이 눈에 들어왔다. 제조사는 ‘GIFU PLASTIC INDUSTRY CO, LTD FUKUSHIMA FACTORY’, 즉 후쿠시마에 위치한 기후 플라스틱 공장이었다. SNS를 통해 퍼진 ‘후쿠시마 플라스틱’ 논란이 사실임에 무게가 실렸다.

 

폴리프로필렌 수납함은 어디에도 제조지에 대한 내용이 적힌 라벨이 붙어있지 않다.

물통은 바닥에 붙은 라벨로 후쿠시마 공장에서 제조됐음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SNS에서 함께 거론된 폴리프로필렌 수납함, 필통, 파일함 등은 제조지와 관련된 내용이 라벨에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무인양품 한국 공식 홈페이지나 해당 무인양품 매장 어디에도 제품의 제조지와 관련된 공지는 보이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은 제품의 생산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계산대의 직원에게 물통을 건네며 “SNS에서 무인양품이 후쿠시마산 플라스틱을 쓴다고 난리던데 맞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 그런 거였으면 국내에서 수입해 팔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후쿠시마 공장 알리는 영상에 한글 라벨 등장… 공식 블로그에도 “한국 수출”

 

SNS에서 퍼진 ‘후쿠시마 플라스틱’ 논란은 무인양품 글로벌(MUJI Global)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이 발단이 됐다. ‘Polypropylene Storage(폴리프로필렌 수납함)’이란 제목으로 약 1년 전 게재된 이 영상은 후쿠시마현 니시시라카와군(Fukushima Nishishirakawa)에 있는 무인양품 공장에서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을 담았다. 제품 공정 과정의 우수함을 알리고자 했던 영상이 도리어 한국 누리꾼들의 불매운동을 불러온 것이다.

 

영상은 무인양품의 대표상품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 수납함의 제작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수납함 외에도 파일 케이스, 필통, 물통 등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이 등장한다.

 

수출용 라벨에 한글이 적혀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도중 등장한 돌돌 말린 라벨지에는 ‘PP수납 케이스’, ‘가로와이드’ 등 한글이 선명히 적혀있다. 해당 제품이 한국으로도 수출됨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무인양품 공식 블로그의 내용도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해당 블로그는 2012년 후쿠시마 공장을 소개하며 ‘폴리프로필렌 제품은 100종류 이상으로 유럽 MUJI에서 주력 상품으로 꼽힐 만큼 인기를 얻어 싱가포르, 태국, 한국에도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이 있는 니시시라카와군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113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후쿠시마 공장을 소개하는 글에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공장도 큰 피해를 받았으나 복구 작업 진행 후 3월24일 출하, 3월30일에 생산을 재개하는 기적을 일으켰다’는 내용도 있다.

 

◆논란에도 무인양품 코리아 답변 거부

 

국내에 무인양품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무인양품 코리아(MUJI KOREA)는 2004년 설립됐으며 일본 모회사인 양품계획 60%, 롯데상사 40%인 합작 회사다. 무인양품 코리아 측에 13일부터 지속적으로 후쿠시마산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상품관리팀은 내부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답변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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