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노후 관망이 아닌 인천시의 총체적 관리 부실로 벌어졌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고에 대한 정부 원인 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붉은 수돗물은 공촌정수장 대신 인근의 수산·남동정수장의 물을 끌어와 검암동, 당하동, 영종지역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던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에 들어가 인근 정수장의 물을 끌어온 것이다. 이를 수계전환이라고 하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정수장·관망을 청소하거나 점검할 때 단수로 인한 주민 불편을 막기 위해 종종 수계전환을 한다.
수계를 바꾸게 되면 관로 내부 압력이 올라가거나 물 흐름이 달라져 관벽에 붙어있던 물때가 떨어져나온다. 이 때문에 ‘국가건설기준’은 상수도 수계전환 시 이물질이나 녹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물을 흘려보낸 다음 물이 깨끗해지면 서서히 공급량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 과정 없이 평소 시간당 1700㎥였던 유량을 갑자기 3500㎥로 증가시켰다. 물흐름이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바뀌고 유속도 두배 이상 빨라지자, 그 충격으로 관에 있던 물때와 침전물이 공촌정수장으로 유입됐고 수일에 걸쳐 영종도까지 흘러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인천시도 이런 가능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공촌정수장 탁도는 수계전환 30분만인 지난달 30일 오전 9시50분쯤 0.07NTU(탁도 단위)에서 0.11∼0.24NTU로 3배가량 상승했고, 2시간 반 뒤에는 0.6NTU로 먹는 물 수질 기준(0.5NTU)을 넘겼다.
원칙대로라면 탁도가 상승했을 때 바로 정수장 현장에 나가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계속 수돗물을 공급했다. 탁도가 30분 뒤인 오후 12시 30분 다시 0.1NTU 미만으로 뚝 떨어져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조사결과 탁도가 낮아진 건 탁도계 고장 때문으로 드러났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기자단 오찬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문제의식 없이 수계전환을 해서 발생한 것으로, 거의 100% 인재”라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이날 책임자인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인천시 서북부 주민들은 붉은 수돗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의 늑장 대응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22일부터 29일까지 단계적으로 수돗물 공급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지금도 음용수 수질 기준은 만족하지만, 여전히 필터 색상이 변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빨래, 설거지 등 생활용수로 사용할 것을 권했다.
윤지로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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