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의 매너리즘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질타와 더불어 이달 말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환경부 발표대로라면 인천 서구 주민들을 분노케 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지게 된다. 사태 책임을 물어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서구 지역 급수를 담당한 공촌정수사업소장이 18일 각각 직위 해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국의 노후 상수도관을 생각한다면 언제든 ‘제2의 적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녹물 민원’과 ‘수도요금 문제’…“또 다른 적수 사태 위험”
최승일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는 19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오는 29일까지 순차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환경부 등이) 이야기했으므로 일단 믿어보는 게 맞다”며 “완벽히 청소가 끝나지 않을 수 있어서 약간의 침전물이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언제 어디서든 적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관 청소 시 녹물 발생에 따른 민원, 청소비용을 대기에는 수도요금 수입이 적다는 등의 이유에서 수도사업자가 정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거다. 지난 1월 환경부의 ‘2017년 상수도 통계발표’에 따르면 전국 수돗물 평균 요금은 1㎥당 723원이며, 수돗물 평균 생산 원가는 1㎥당 898원으로 조사됐다. 생산 원가 대비 수도 요금을 뜻하는 ‘현실화율’은 전년(2016년)보다 0.6%포인트 떨어진 80.5%로 나타났다. 수도 요금이 생산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지방상수도 재정 건전성이 악화해 결과적으로 상수도 시설 유지관리 투자가 어렵다.
최 교수는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총 32조원을 들여 노후 기반시설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에 “비용이 노후 댐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투입되는 터라 낡은 상하수도 유지보수에는 정확히 얼마가 투입되는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2017년부터 2028년까지 3조여원을 투입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에 대해서는 1년에 3000억원 규모로 전국 수도관 약 20만㎞ 중 노후한 부분을 정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현장 인력의 ‘경험 부족’…“상수도본부 문제 간과”
적수 사태 민관합동조사단장을 맡은 김진한 인천대 교수(건설환경공학)는 같은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현장 인력의 경험 부족이 사태 악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는 진행자 말에 수긍한 뒤,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운영 매뉴얼 마련이나 현장 종사자 교육이 이뤄지리라 본다”고 봤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먹는 물은 ‘무색무취무미’여야 한다”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결과만으로 신뢰 문제를 발전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눈에 이물질이 보이는 문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사고 징후의 실시간 감시·예측 시스템 도입을 포함해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유역별 상수도지원센터 설치와 더불어 ‘전문 인력 양성’과 ‘식용수 분야 위기대응 지침서(매뉴얼)’ 재정비 등을 약속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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