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린 지난 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일본이 연장을 희망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갱신 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GSOMIA 검토”…폼페이오 답변 안해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3국 회담에서 강 장관은 한국 정부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밝혔고,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바로 전까지 파국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이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어젯밤(1일 밤)까지도 미국이 아주 부산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다 잘 전해 듣고 있다”며 “미국과도, 일본과도 외교 당국 간에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휴전 협정(standstill agreement)’ 방안을 제시했고 일본과 협의를 위해 노력했으나 일본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미국 측은 2일 회담에서 배석자 없이 장관들끼리만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를 원했으나 일본 요청으로 배석자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관계자, “효력 발생까지 시간 좀 있어…일본과 대화할 준비돼”
고위 관계자는 “언제든지 일본이 해당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에 나온다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런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본이 절차를 밟는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각의 결정 이후에 공고 기간이 있고, 3주가 지난 뒤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을 좀 벌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외교적 협의의 공간이 좁아진 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백색국가 배제 결정으로 “이미 어려웠던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어서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처음에는 과거사에 갖다 붙였는데 이제는 기술적인 문제로 한정시켰다”며 “그 기술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계속 이 문제를 축소하려는 게 일본 쪽 전략”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지난달 수출규제 강화에 이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일련의 보복성 조처를 하면서 이 모든 것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는 별개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 관계자는 만약 일본의 주장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이 순수히 기술적인 문제라고 치면 “(일본측) 선의가 있으면 쉽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ARF 마지막날인 3일 오전에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가 역내 번영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앞서 이날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돈 쁘라맛위나이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일본 조치가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수출규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방콕=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