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조국(54)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던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촛불집회 집행부가 전국 단위 집회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21일 서울·연세·고려대 집행부를 준비했던 단장과 집행부원들은 '전국 대학생 촛불집회 발족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추가적으로 여러 대학 학생들로 위원회 구성을 늘려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서울, 연세, 고려대 개별 집회 이후 공동성명문을 통해 전국 대학생 촛불집회가 가시화 됐다"며 "부정한 장관이 면책용으로 외치는 개혁은 하늘과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 오래가지 못하고 반드시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지키는 기본적인 법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법무부 장관을 맡기면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사망하고 말 것"이라며 "의혹이라고 사실을 부정하며 상식과 가치관을 혼란시켰던 모든 것들이 현재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아닌 진실로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 장관은 과거 온갖 현란한 말로 도덕적 기준과 원리원칙을 제시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혹독하게 비난했다"며 "하지만 자신의 부도덕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거짓을 은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위선적인 법무부 장관을 우리 대학생들은 절대 신뢰할 수 없다.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담당할 자격이 없다"며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한 조 장관을 임명한 것은 국민에 맞서는 오만과 독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도덕하고 부패한 사람을 정의를 지키는 가장 엄중한 수장 자리에 임명 강행한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전국 대학생 촛불집회 집행부 발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진영이나 이념 논리가 절대 개입될 수 없다"며 "오늘날 우리 청년들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정의다. 이렇게 불의가 판치는 시대에 움직이지 않는 것 역시 불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청년들이 꿈꾸는 따뜻하고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야 할 역사적 사명감이 있다"며 "힘을 모아 이 사회의 상식과 규범을 바로 세우고 후배 세대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자"고 선언했다.
한편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조 장관의 고향인 부산에서 그의 파면을 요구하는 첫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지자 약 3000명은 이날 저녁 부산진구 서면 금강제화 앞에서 모여 촛불을 들고 '범법자 조국 구속하라', '위선 정권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장관의 고향인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반(反) 조국' 여론을 먼저 일으켜 장외 투쟁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당초 이날 집회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이 주도한 '조국파면 부산시민연대' 주최였으나,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하태경 최고위원이 자신에 대한 징계 문제를 이유로 내주부터 참석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한국당 주도로 열렸다.
조 장관 의혹이 불거진 뒤 한국당·바른미래당이 시도한 첫 보수 연대가 일단은 불발된 것이다.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는 "조국의 고향 부산 시민 여러분이 가장 먼저 일어났다"며 "뜨거운 함성이 전국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강력한 단일대오를 구성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조국보다 3대 앞선 법무부 장관인데 (조 장관이) 창피해 죽겠다"며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세워놓은 대통령은 제정신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매일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는데 그중 하나만 갖고도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조 장관을) 법정에 세워 반드시 심판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제가 부산에서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살 때 아들이 태어나 '부산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친정이 있는 서울 병원에서 낳았다"며 "그런데 요즘 제게 자꾸 원정 출산을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나 원내대표가 미국에서 아들을 출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공개 반박을 한 셈이다.
그는 이어 "저는 부산 아들을 둔 엄마로서 부산 사람에 대한 긍지가 굉장히 높다"며 "조국에게는 부산 사람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파면이 민생의 시작이다. 이번 정기 국회는 조국 국감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서는 부산 지역 청년 연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부산대 재학생인 권현민(23)씨는 "여기 나와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웠지만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게 두려워 나왔다"며 "청문회를 보고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보수 유튜버 김한종씨는 "이상한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검찰 개혁 입 닥치고 가족이나 개혁하라" 등의 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앞서 이헌승 의원(부산 진구을)은 삭발한 뒤 "문 대통령이 추석 연휴에 부산에 내려와 부산 민심을 누구보다 잘 보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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