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철희 의원이 15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대표를 제외하고 민주당 현역 의원 중 내년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이날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선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 놓을 자신이 없다”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영입한 인물이다.
다양한 방송토론회 등에 출연해 초선이지만 인지도가 높은 의원으로, 내년 총선에서는 서울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일부 현역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도미노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특히 초선보다 다선 중진들과 86그룹의 용퇴로 새 인물이 영입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내년 총선에 불출마할 것으로 꼽히는 인사는 10여명이다. 이해찬 대표 외에 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도 불출마가 유력하다. 원혜영 의원도 불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장관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불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 초선인 서형수 의원(경남 양산시을)과 비례대표인 김성수·이용득·제윤경·최운열 의원 등도 불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일각에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 등으로 86세대에 대한 인식이 전과 달라진 것이 현실”이라며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새로운 문화와 분위기, 활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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