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태 이후에도 탈세 등의 목적을 위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놓고 ‘유흥주점’ 형태의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경찰 단속에도 ‘배짱영업’을 이어가는 업주들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선 턱없이 낮은 처벌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과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영업 중인 한 바(Bar)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단속해 업주 A씨를 입건했다. 경찰은 2015년 강남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이 업소가 실제로는 유흥주점 형태로 운영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경우 술 판매까지만 가능하고, 유흥주점은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노래방기계 등 유흥시설을 설치해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수 있다.
이 업소처럼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놓고 유흥주점 형태의 영업에 나서는 데에는 ‘세금 문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유흥주점으로 영업하면 일반음식점에는 부과하지 않는 개별소비세(매출의 10%)와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흥주점의 경우 소재지 구청이나 시청의 영업허가도 받아야 한다.
서울 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유흥업소의 경우 (구청으로부터) 영업허가를 받기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행정기관의 단속에도 이러한 영업행태를 쉽게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단속 이후 관할구청의 행정처분까지는 이의신청 과정과 청문절차 등 일정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과징금도 영업 이익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상황이라 업주들의 ‘배짱영업’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규정이 다른 점도 꼼수 영업을 부추기고 있다. 업주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당하면 되레 “A지역은 되는데 왜 B지역은 안 되느냐”며 볼멘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서울 마포구, 부산 진구, 광주 서구 등은 조례를 따로 만들어 일반음식점에서도 고객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업종이 생기고 지역 상황이 달라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업소도 단속 이후에도 영업을 이어갔고, 지난달 24일까지 온라인상에 여종업원을 구하는 채용공고를 냈다. 해당 채용공고에는 “예쁜 분들이 서브를 봐 드리긴 하나 터치는 절대 안 된다”며 “예쁘신 분들을 채용하기 때문에 장사가 잘된다”고 써 놓았다. 업주는 현재까지도 업태 위반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 불법 유흥주점 단속을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법원에 넘어가 판결이 날 때까지 그 과정에서 (추가로) 단속되는 것은 별건이 아닌 1건으로 병합된다”며 “(업주들이) 이러한 점을 알고 배짱영업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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